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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북은 십장생 중 하나로 건강과 장수의 상징이며 이솝우화나 아시아의 많은 전설에도 등장하는 무척이나 친숙한 동물이다.

아시아에서 바다거북은 전통의학이나 일상에서도 다양하게 활용되었다. ‘중국해양본초(中華海洋本草)’에 따르면 붉은바다거북(蠵龟), 푸른바다거북(海龟), 장수거북(棱皮龟) 등이 음허내열(陰虛內熱),목암(目暗),간경화(肝硬化),만성지기관염(慢性支氣管炎), 폐결핵(肺結核),이질(痢疾) 등에 효력이 있다고 기록하고 있다. 특히 매부리바다거북은 대모(瑇瑁)로 알려져 있는데, 다른 바다거북과 다르게 등갑이 단단하여 주로 장식품으로 활용되었다.

세계적으로 바다거북은 서식지 및 산란지의 개발과 소실, 환경오염과 기후변화, 인간의 포획 또는 혼획(물고기 등을 잡기 위한 그물에 의도치 않게 걸리는 경우) 등으로 인해 개체 수가 감소하고 있다. 그래서 모든 바다거북이 국제적 멸종 위기종*으로 평가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많은 바다거북이 그물에 혼획되거나 폐그물에 걸려서 죽어 가고 있어 출현하는 바다거북 5종을 모두 해양보호생물로 지정하여 보호하고 있다.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의 국제무역에 관한 협약(Convention on International Trade in Endangered Species of Wild Fauna and Flora, CITES)에서 바다거북 전 종이 부속서Ⅰ급(Appendix Ⅰ), 세계자연보전연맹 (International Union for Conservation of Nature and Natural Resources, IUCN) 한국 출현 바다거북 5종 중 1종이 멸종 위급단계, 1종이 위기, 3종은 취약 단계로 평가됨

■ 과거의 한국 바다거북
바다거북에 대한 가장 오래된 기록은 신석기시대 후기에서 청동기시대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반구대 암각화(울산 울주군 언양읍 대곡리 산 234-1)를 들 수 있다. 고문헌에 따르면 동국여지승람(1481년, 성종12년)에 ‘제주도에 대모가 있다’고 언급되어 있고, 자산어보(정약전, 1814년)에는 “해귀海龜(푸른바다거북)는 민물거북과 비슷하다. 등에는 대모瑇瑁(매부리바다거북)와 같은 무늬가 있다. 이것이 혹시 대모일지도 모르겠다”고 언급되어 있다. 이외에도 전어지(서유구, 1827년)에서 “제주도 바다에 바다거북이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학술적인 최초 기록은 1936년 히로노부 도이(Hironobu Doi)가 전남 영광군 법성포 부근에서 정치망에 혼획되어 발견된 장수거북과 1935년 경기도 부천군 덕적면 백아도(현재 인천광역시 옹진군 덕적면 백아도) 부근에서 정치망에 걸린 푸른바다거북 2개체를 보고한 것이었다.

이후에도 ‘한국에서 최초로 발견된 붉은 바다거북과 푸른 바다거북의 잡종 사례’와 형태기술 등이 연구된 바 있으나, 일회성 발견에 의한 것으로 바다거북 보전의 필요성을 고려하여 연구를 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바다거북에 대한 현대적인 보전연구는 국립수산과학원에서 인공위성 표지 방류 등의 연구를 시작하였으나 지속되지는 못하였다.

■ 현재의 한국 바다거북
현재 한국 바다거북에 대한 연구는 국립 해양생물자원관이 2015년 출범하면서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국립 해양생물자원관은 먼저 분류학적 재검토를 수행하여 국가 생물종 목록에 빠져있었던 매부리바다거북의 미기록 보고를 완료했다. 2017년에는 처음 발견된 올리브 바다거북의 미기록 보고를 통해 2021년 ‘해양보호생물’로 추가 지정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였다.

바다거북의 야생 개체 수 회복을 위하여 해양수산부를 중심으로 유관기관 등과 협력하여 구조된 바다거북의 치료 후 방류, 실내 인공증식 바다거북의 초기 성장 후 자연방류 활동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방류할 때에는 모든 바다거북에 국제 공인된 외부인식표를 부착함으로써 외국의 연구자들과 정보를 공유할 수 있도록 하였다.

사진: 푸른바다거북 새끼 자연방류(한화 아쿠아플라넷 여수)

인공위성추적연구를 통하여 한국에 출현하는 바다거북의 이동경로 및 주 행동권역, 이주시기 등을 확인하고 있다. 바다거북의 주 출현시기와 이동경로는 바다거북의 보호를 위한 보호구역 지정 등 정책적인 결정을 위한 근거자료로서 활용될 것이다. 국립 해양생물자원관은 한화 아쿠아플라넷 여수에서 국내 최초로 인공증식을 통해 태어난 바다거북의 자연방류에 2017년부터 함께하고 있는데, 방류되는 바다거북에 대한 인공위성 추적을 수행하여 최적 방류 시점, 장소, 시기 등을 결정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지난 2020년 9월에 방류되어 베트남까지 3,847km를 이동한 4살짜리 푸른바다거북은 우리의 지난 노력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였다.

한국 연안에서 발견되는 바다거북 폐사체를 대상으로 국립생태원,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등과 협력하여 사인을 규명하고 있다. 바다거북의 사인을 규명함으로써 개체를 보호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함과 동시에 해양 쓰레기 등의 위협으로부터 해양생물이 고통 받고 있음을 대중에 알리는 중요한 연구로 평가된다. 연구결과를 대중과 공유하기 위해 국립 해양생물자원관의 ‘NO PLASTIC 11일 동안의 메뉴‘ 특별전과 국립생태원의 ’바다거북과 플라스틱‘ 기획전 등이 진행되었다. 뿐만 아니라 ‘찾아가는 해양교실’, 유튜브 등 다양한 온·오프라인 소통채널도 활용하고 있다.

사진: 붉은바다거북과 장기 내에서 발견된 해양쓰레기

바다거북에 대한 연구는 국내뿐 아니라 국제적 커뮤니티와도 공유하고 있다. 한국 바다거북 연구 성과 보고 및 범국가적 보전연구에 기여하기 위하여 CITES의 제31차 동물 위원회의의 정부 대표단으로 참여하고,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의 2021 바다거북 특별위원회(2021 Marine Turtle Specialist Group regional report)에 참여하여 한국의 바다거북을 소개하는 등 다양한 국제활동을 하고 있다.

■ 미래의 한국 바다거북
앞으로 국립 해양생물자원관은 해양수산부를 중심으로 여러 협력기관과의 연계를 통해 한국의 바다거북을 보전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계획하고 있다.

첫째, 2000년 이후 한국에서 번식을 하지 않고 있는 바다거북의 야생 번식을 기획하고 있다. 산란이 임박한 바다거북을 야생에서 산란하도록 유도하거나, 실내에서 산란한 알을 야생에서 부화시켜 자연에 바로 방류하는 방법이다. 이러한 방법은 자연에서 부화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다양한 이점(태어난 곳으로의 회귀, 빠른 자연적응 등)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질 것이다.

둘째, 한국에 출현하는 바다거북의 유전자분석을 통해 기원(고향 또는 주 서식지)을 추적하고, 이동경로 연구를 보완할 예정이다. 이를 통하여 기원지에서 한국까지 이동하는 경로와 주로 이용하는 해역 또는 이동경로, 주 서식지 등을 확인한 후 이 정보를 바탕으로 주로 해양보호생물인 바다거북을 보호하기 위한 해양보호구역 지정에 힘쓸 예정이다. 이를 통해서 바다거북을 보다 적극적으로 보호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해양수산부의 협력을 통해 혼획되는 바다거북을 보다 적극적으로 구조 치료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자 한다. ‘해양동물전문구조치료기관’은 예산상의 문제, 지리적인 문제 등으로 인해 대부분 사설기관이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국립 해양생물자원관은 ‘국립 해양생물종 복원센터’ 설립을 통해 신고절차를 개선하고, 구조 치료를 주 업무로 하는 팀을 조성하여 보다 적극적으로 바다거북 보호를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넷째, 최근에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환경 유전자(eDNA, Environmental DNA) 분석을 통해 바다거북을 모니터링 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 중에 있다. 환경 유전자를 이용하여 거북의 서식을 확인할 수 있는 기법이 개발된다면 바다거북을 보다 효과적으로 모니터링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세계적으로 아직 걸음마 단계인 해양 파충류 환경 유전자를 통한 모니터링을 선구적으로 수행하여, 연구 트렌드를 선도하는 기관으로서 나아갈 예정이다.

해양생물자원관 생태보전실 김일훈 전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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