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간호법 제정이 필요하다. 간호법 제정은 당장 의료현장에서 부족한 임상간호사 문제 해결뿐만 아니라 저출생 고령화 사회, 지방소멸에 대비하여 수요가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 간호인력 문제 해결의 중요한 발판이 될 것이다.
지금까지의 보건의료인력, 특히 간호인력정책은 ‘배치는 시장에 맡기고 가격만 수가로 통제하는 구조’를 답습해 왔다. 제도적 받침이 없으니 인력정책은 수가정책과 구분되지 않은 상황이 계속 연출되었고 그 결과 간호정책이 적정서비스 제공을 위해 필요한 인력양성과 배치, 질 향상에 우선하기보다는 수가 수준에 따라 결정되는 구조가 반복되어 왔다. 그래서 간호인력 문제 해결을 위한 종합적인 접근으로서 법제도화가 시급하다.
보건의료노조와 보건복지부는 작년 9월2일 국민과 여론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 코로나19 위기극복을 위한 노·정합의를 만들어 냈다. 간호법 제정은 9·2 노·정합의 이행과 함께 가면 더 큰 시너지 효과가 발생한다.
9·2 노·정합의의 핵심 내용은 전국 70개 중진료권에 공공의료 확충과 함께 2022년부터 보건의료인력에 대한 적정 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시행해 나가는 것이다. 특히 현재 제 기능을 못하고 있는 간호등급차등제를 대폭 개선하여 간호사 1인당 환자수 기준으로 바꾸기로 했다. 무면허 불법의료 근절을 위해 교사행위에 대한 처벌 강화와 직종 간 업무범위를 명확화하는 것도 함께 추진된다.
여야를 막론하여 94명의 국회의원이 3개의 간호법안을 발의했고 4월 국회에서 심도 있게 다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직종 간의 쟁점사항이 있는 만큼 여야와 직종협회, 노조, 시민사회단체 간에 깊이 있는 소통과 조율은 필수적이다. 그렇다고 쟁점을 핑계로 법안논의의 속도가 더 이상 늦춰져서는 안 된다.지금 아니면 못한다. 코로나19 재난상황을 통해 전 국민이 공공의료와 보건의료인력 확충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그 중심에 간호인력 문제가 있다. 정부 여당은 결자해지의 자세로 4월 국회에서 간호법 제정문제를 매듭지어야 한다. 이것은 단순히 특정 직역의 요구가 아니다. 어느 지역에 살든 충분한 의료서비스를 받고 싶어하는 모든 국민의 요구이다. 저출생 고령화 시대, 지역의료격차와 불평등이 확대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간호인력의 적극적인 활용은 사회적 투자비용에 비해 훨씬 더 큰 사회적 편익을 발생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간호법 제정이 의료현장에서 제대로 효과를 발휘하려면 공공의료와 보건의료인력 확충을 주 내용으로 하는 9·2 노·정합의 이행이 차기 정부에서도 차질 없이 이어져야 한다.
나순자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