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우크라이나 접경 국가 몰도바 현지에서 한순간에 삶의 터전을 잃은 난민들을 위한 지원사업을 수행했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은 국제어린이재단연맹 및 현지 회원단체들과 함께 위생용품 지급 및 긴급 생계비 지원, 아동과 여성 양육자 대상 심리사회적 지원 프로그램 등 난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고, 하루 빨리 전쟁의 상처를 회복할 수 있도록 지원을 이어오고 있다. 각지에서 전해지는 도움의 손길 덕분에, 하루하루 생사의 고비를 넘나드는 우크라이나 내부와는 달리 적어도 그곳에서는 안정적인 일상생활이 가능했다.
난민은 이전에도 있었다. 우크라이나 외 지역에도 여전히 있다. 2021년 중반까지 전쟁, 분쟁, 박해 등으로 국내외로 강제 이주된 난민은 8400만명에 달한다. 아동을 포함해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수많은 사람들이 본국으로의 복귀, 일상으로의 복귀를 그리며 기약 없는 기다림을 이어가고 있다. 우리가 인도적 지원을 이어 나가야만 하는 이유다.
우리에게는 탈레반의 위협으로부터 아프가니스탄을 탈출해 한국에 온 아프간 특별기여자가 있고, 그전에는 종파 갈등으로 제주도까지 건너온 예멘 난민 수백명이 있었다. 국제사회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역시 난민들을 대상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해야 할 때다.
우크라이나 난민에 대해 주변 유럽 국가와 시민들이 보여준 자세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독일 기차역에서 시민 한 명은 ‘우크라이나 난민 가족에게 방을 제공합니다’라는 팻말을 들고 있었다. 몰도바 정부는 난민 가정에게 전기 및 수도료 등 세금 혜택을 지원했다. 개인에서부터 정부까지 각자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거창해야 할 것 같지만, 도움의 손길은 어쩌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수준의 작은 실천과 노력으로 충분할지 모른다.
인도주의 위기 상황에서 인도적 지원의 최소기준을 담고 있는 인도주의 헌장(The Sphere Project) 역시 재난과 분쟁을 경험하는 여성, 남성, 여아, 남아를 포함한 모든 사람이 ‘존엄한 삶의 권리’ ‘인도적 지원을 받을 권리’ ‘보호와 안전에 대한 권리’의 실현을 주창하고 있다. 지금도 각국의 모든 NGO들은 인도주의 지원 시 이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전 세계는 지난 3년간의 코로나19 대유행에서 벗어나 일상으로 돌아가기 위한 걸음을 조심스레 내딛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 곁에는 평범한 일상으로의 복귀를 바라며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나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6월20일은 세계 난민의날이다. 코로나19라는 감염병에서 벗어나기 위해 모두가 합심해 마스크 쓰기라는 작은 실천을 이뤄낸 것처럼 전쟁과 분쟁, 그리고 박해 등으로 지금도 고통받는 이들이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우리가 함께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지 생각해보는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
김익환 초록우산어린이재단 국제개발협력2본부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