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LH 직원의 신도시 투기 사건이 발생했을 때 국회는 정당별로 국민권익위원회에 국회의원 및 그 가족의 부동산 거래 조사를 의뢰를 한 일이 있었다. 국민권익위는 부동산거래특별조사단을 구성해 조사에 착수했는데 관련법상 직권조사 등의 권한이 없어 본인과 그 가족의 동의하에 부동산 등기부등본, 재산신고 내역, 금융거래내역, 소명자료 등을 제공받아 조사할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부동산 거래, 보유과정에서 부패의심이 드는 일부에 대해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에 수사를 의뢰했으나 실제 수사로 범죄혐의가 확인된 사안은 많지 않았다. 이는 국민권익위에 실체 확인 권한이 없는 상황에서 나온 한계다.
올해 5월10일이면 새 정부가 출범한다. 대통령 당선인은 공공부문 채용비리에 대해 국민권익위에 직권조사 권한, 고발권을 도입하겠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공공부문의 부패는 당선인이 지목한 채용비리뿐만 아니라 연간 400조원에 달하는 공공재정에 대한 부정수급 비리도 큰 문제다. 그러나 이러한 비리는 사회에 미치는 엄청난 해악에도 불구하고 은밀하게 이루어져 내부자 신고에 의해 실체가 드러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공공부문 부패를 보다 효과적으로 척결하기 위해서는 신고자 비밀보장과 신고자 보호에 특화된 국민권익위와 조사기관의 유기적인 협조가 반드시 필요하다. 그럼에도 국민권익위가 부패신고 사건 처리에 있어 필요한 조사권한을 가지지 못하고 있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신고자는 본인을 보호해 주지 못하는 조사기관에는 부패신고를 쉽게 하지 않으려 할 것이므로 부패의 실체가 신고로 드러나는 것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또 신고가 있더라도 국민권익위가 조사권한을 가지지 않는 한 부패의혹이 상당함에도 조사를 의뢰하지 못할 우려가 크다. 그리고 그 피해는 결과적으로 국민 모두에게 돌아갈 것이다.
한편 우리 법제도상 부패행위 신고는 행동강령 위반, 공익침해행위,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그 영역이 계속 확대됐다. 오는 5월부터는 200만 공직자를 대상으로 하는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신고로까지 확대된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기업의 횡령, 배임, 탈세 등 비리를 부패·공익신고 대상으로 보지 않는 법제도 때문에 이에 대한 신고자들이 신고자 보호대상에서 빠져 있는 것은 새 정부에서 반드시 시정되어야 할 부분이다. 이들은 다른 부패·공익신고자에 앞서 보호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안성욱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