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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우리나라도 선진국 반열에 들어섰다는 말은 그저 기분 좋아지라고 하는 말로만 들리지 않게 되었다. 선진국이란 말 그대로 앞서가는 나라이다. 앞서간다는 것은 누구도 먼저 간 궤적이 없는, 길 없는 길을 가는 것이다. 근면과 성실이 선진국의 발자국을 보고 열심히 따라가는 개발도상국에는 유효한 덕목이지만, 선진국에 있어선 나아갈 방향을 찾아야 하는 창의력과 시너지를 창출하는 분야 간 협업이 필수 역량이다.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벤치마킹은 더는 쓸 수 있는 도구가 아니다.

대한민국 소방도 부단히 앞서가는 나라들을 따라 달려왔다. 불만 끄던 소방이 88올림픽을 계기로 구조·구급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하면서 업무영역을 대국민 적극적 서비스 중심으로 확장하여, 지금은 재외국민이나 해외여행자가 조국의 소방조직에 배치된 의료진으로부터 응급의료지도까지 받을 수 있게 됨으로써 국민에게 ‘119’는 만능 해결사를 떠올리는 파워브랜드가 되었으며, 국제적으로는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었다. 이제는 구축된 인프라를 바탕으로 하는 선진국형 첨단서비스 개발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사회적 여건은 1인 가구가 증가하는 등의 요인으로 국가가 가족 대신 적극적으로 보살펴야 할 대상이 계속 늘고 있으며, 4차 산업혁명의 기반이 되는 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첨단화되고 있어, 정부가 뜻을 세우면 시행할 수 있는 공공서비스는 얼마간의 연구와 정부 부처 간 협의로 윤곽을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예를 들면 홀로 사는 어르신의 움직임과 생체신호를 IoT를 통해 AI가 상시 관찰하고 있다가, 위급상황에 출동하여 응급처치하고 병원으로 이송하는 적극적인 공공서비스 같은 것들이다. 이외에도 첨단기술을 활용하는 적극적 공공서비스는 또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작은 조직으로 큰 성과를 거두는 효율을 지향하는 정부라면 소방의 출동 인프라를 확장적으로 활용하여 적극적 복지를 구사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대한민국 소방조직은 2022년 1월 현재 1502개의 출동거점을 운영하고 있다. 소방서 230개 아래 119안전센터 1100개와 119지역대 402개에 훈련된 인력이 상주하고 있으며, 출동지령을 내리면 밤낮없이 현장으로 달려간다.

소방의 출동 인프라를 활용하면 적극적 공공서비스를 개발하여 효율적으로 시행할 수 있을 것이다. 화재진압만 담당하던 소방조직이 구조·구급 서비스까지 국민에게 제공하게 된 것도 소방의 출동 인프라를 확장하여 활용한 결과이듯.

각 분야의 유효한 기술과 이미 구축된 인프라를 조합하여 시너지를 창출하는 편집 역량이 경쟁력을 좌우하는 세상이 되었다. 플랫폼이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는 작금의 세태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시대의 흐름을 읽고 변화를 주도하려면 ‘따로 또 같이’에 능해야 한다. 정부 부처들도 수평적 협업에 익숙해지면 국민은 더 안전하고 행복해질 것 같다.

 

이창섭 국립소방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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