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얼마 전 아프리카에 다녀왔다. 민주콩고의 수도 킨샤사에 위치한 코로나19 제2진단센터는 지난해 우리 정부가 유엔개발계획(UNDP)과 함께 구축한 최신 시설로 킨샤사 내 PCR 검사의 약 10%를 담당하고 있다. 이번 출장은 PCR 검사를 10여차례 해야 했고, 항공편도 원활하지 않아 다소 힘든 여정이었다. 그러나 막상 우리가 지원한 개발협력의 현장을 방문하니 장거리 여행의 피로를 잊을 정도로 큰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단순히 보건 분야의 위기가 아니다. 경제·사회적으로 큰 위기이기도 하다. 7월 말 기준 전 세계 1억9000만명 이상이 확진되었고, 400만명 이상이 사망했다. 하루 1.9달러 이하로 생활하는 극빈층이 지난해 20년 만에 처음으로 증가하는 등 전 세계 빈곤이 악화되었다. 소득·교육·건강수준 등을 반영한 인간개발지수(HDI)도 지수가 개발된 1990년 이후 처음으로 하락했다.
우리 정부는 지난해 코로나19로 전대미문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제사회를 지원하기 위해 ‘다 함께 안전한 세상을 위한 개발협력구상(ODA Korea: Building TRUST)’을 마련했다. 이 구상을 통해 지금까지 120여개국에 약 1억6000만달러를 지원했다. 진단키트 등 방역물자는 물론, 장기적인 보건역량 강화를 위한 의료시설 개선을 지원하고 있다. 여성, 아동, 장애인 등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디지털 교육, 위생, 식량 지원 등도 실시하고 있다. 또한 국제사회의 백신에 대한 공평한 접근을 위해 코백스 선구매공약메커니즘(COVAX AMC)에 2억달러 지원도 약속했다.
우리는 왜 국제사회의 개발협력 노력에 적극 동참해야 하는 것일까. 우선, 모두가 함께 안전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개발협력을 확대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요구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팬데믹 상황에서 글로벌 연대와 협력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크다. 중장기적 추세는 더 두고 볼 일이지만, 올해 4월 OECD가 발표한 잠정통계를 보면 2020년 공여국 전체 공적개발원조(ODA)는 전년 대비 3.5% 증가하면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우리나라의 ODA 규모는 전년 대비 8.6% 감소했다. 수치만으로 단순 비교할 수 없는 부분이 있겠지만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대목이다.
또한 우리의 역할에 대한 국제사회의 기대가 높아지고 있는 것도 한 이유다. 얼마 전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1964년 설립된 이래 처음으로 그룹 A(아시아·아프리카)에서 그룹 B(선진국)로 한국의 지위를 변경했다. 글로벌 무대에서 높아진 위상만큼 우리의 기여도 함께 높여야 한다.
끝으로 우리나라가 개발협력의 중요성을 실제로 경험한 나라이기 때문이다. 1950년대까지 대표적인 최빈국이었던 한국은 국제사회의 지원을 통해 경제성장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다. 국제사회는 ODA를 통한 우리의 성장 과정을 경제·사회 발전의 좋은 모델로 인식하고 있고, 우리의 경험을 더 많은 나라들에 나누어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올해는 우리나라의 유엔 가입 30주년이다. 국제사회로부터 받았던 지원을 다시금 생각해 보고, 우리가 이룬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국제사회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개발협력 방안을 고민해 보았으면 한다.
함상욱 | 외교부 다자외교조정관
오피니언 - 경향신문
책 속의 풍경, 책 밖의 이야기
www.khan.co.kr
'일반 칼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송두율 칼럼]아프가니스탄 바로 보기 (0) | 2021.09.01 |
---|---|
[기고]학교가 가장 안전하다 (0) | 2021.08.31 |
[이선의 인물과 식물]오이정(吳以井)과 배롱나무 (0) | 2021.08.31 |
[손호철의 응시]이번엔 이뤄야 할 ‘사학법 시즌 2’ (0) | 2021.08.31 |
[김민아 칼럼]여성의 불안은 사소하지 않다 (0) | 2021.08.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