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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주유소에서 사은품으로도 주었던 요소수가 최근 귀한 물건이 되었다. 요소수 때문에 물류체계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혼란이 우려되고 있다. 우리도 요소수를 생산할 수 있지만, 시장 원리에 따라 수입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하여 2011년 이후 생산하지 않고 있다. 우리가 요소수의 대부분을 수입하고 있는 중국은 석탄발전을 줄이고, 호주 등으로부터 석탄 수입을 줄이는 탄소중립 정책을 추진하는 가운데 석탄으로 제조하는 요소 수출을 중단했다.

김진욱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전기는 요소수와 마찬가지로 가스나 석탄 같은 연료를 재료로 만드는데, 이런 가스나 석탄의 대부분을 수입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연료가격이 가장 저렴했던 작년 4월과 비교하면 두바이유나 뉴캐슬탄 가격이 4배 이상 급등했다.

전력생산 원가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연료가격이 상승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전기요금이 오르고 있다. 영국의 경우 천연가스 가격상승과 북해의 풍력발전량 감소 등으로 9월 도매전기요금이 2월 최저치에 비해 67% 올랐다. 반면 판매사업자들의 소매요금 인상폭에 제한이 있어서 같은 기간 소매요금은 9.3% 상승하는 데 그쳤다. 가파르게 오른 도매요금을 소매요금에 반영하지 못해 올해에만 16개 에너지 공급회사가 파산했고, 230만 고객이 새 회사를 찾아야 했다.

에너지위기는 유럽에 국한되지 않는다. 일본은 8월 도매 전기요금이 3월에 비해 36.1% 올랐고, 소매요금 역시 14.6% 상승했다. 일본 정부는 판매사업자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도매요금 상한 설정, 구입전력비 분할납부 등의 조치를 취했지만 올 들어 11개의 소규모 판매사업자가 파산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우리는 한국전력이 대부분의 전력을 구매하는 동시에 판매하고 있어 소규모 민간 판매사업자들이 존재하는 영국이나 일본과는 상황이 다르다. 한국전력이 구매하는 전력구입비에는 연료가격 상승분이 반영되어 있으므로 판매요금에도 상승분을 적절하게 반영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다. 정부로서는 소매요금 인상에 따른 고객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요금인상을 통해 판매회사의 급격한 경영 악화를 막을 수 있는 적정요금 수준 설정이 필요하다. 물론 전기요금 상승으로 압박을 받는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에너지 바우처 등을 통해 지원해야 할 것이다.

요소수와는 달리 전기는 수요 측면의 관리가 가능하다. 탄소중립을 위해 화석연료 사용이 줄고 전기화(電氣化)로 전력사용량이 늘면 연료의 대부분을 수입하는 우리나라는 국제 연료가 변동에 더욱 취약해질 것이다. 이를 극복하려면 에너지소비 효율을 높이고 꼭 필요한 전력만을 현명하게 쓰는 전력수요관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현재의 수요관리는 여름과 겨울철 피크 시간에 집중되는 전력사용량을 낮추면 지원금을 주는 피크관리 위주로 되어있는데, 앞으로는 원가를 반영하는 전기요금 체계에 따른 가격신호를 통해 효율적 에너지 투자를 유도하고 비효율적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방식으로 전환되어야 할 것이다.

만약 요소수 사태 같은 문제가 전력 분야에서 일어난다면 어떻게 될까? 그 충격은 지금의 요소수 사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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