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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벽두부터 ‘인생=고해(苦海)’임을 실감하고 있다. 세상살이가 ‘쓴 바다’에서 허우적거리는 것처럼 편치 않다. 코로나19는 더욱 극성을 부려 지구촌을 우울하게 하고 있다. 카페에 가서 커피 한 잔 마실 수도 없다. 식당에서조차 밤 9시가 되면 나와야 한다. 5명 이상 모일 수 없는 집합금지령도 있다. 그 속에서 새해를 맞았다.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말이 실감나지 않는다. 복은 무슨 복? 그렇다. 복은 받는 것이 아니다. 복은 짓는 것이다. “복 많이 지으세요”가 맞다. 어려운 시대일수록 선행의 의미가 새삼스럽다. 선연선과(善緣善果). 좋은 인연은 좋은 결과를 준다. 복 많이 지으세요!
소의 해다. 이럴 때일수록 소처럼 우직하면서도 성실하게 걸어야 한다. 이중섭의 그림에서 보듯 소는 우리 민족의 상징이다. 한우의 육질은 맛있기로 정평 나 있다. ‘비프 스테이크’의 나라들에서 소 부위별 명칭은 35가지란다. 한국인에게 소의 부위 분류는 100가지도 넘는다. 한우는 버릴 것 하나 없다. 그만큼 미감의 섬세함을 지니고 있다는 의미다. 미(味)는 미(美)다. 미(美)는 커다란 양(羊)을 의미한다. 먹음직한 것이 아름답다는 뜻에서 나왔을 것이다. 맛과 멋은 하나라고 이해하고 싶다. 소의 해. 비록 바이러스와 함께 맞이한 새해지만 소처럼 묵묵하게 이 난국을 돌파해야 하리라.
사실 우리 몸의 주인은 미생물일지 모른다. 인간의 몸은 10%의 인체 세포와 90%의 미생물로 이뤄져 있다고 한다. 미생물과의 공동체, 바로 인간의 몸이다. 미생물을 모두 없애면 인간은 죽게 된다. 그렇다면 인간의 몸은 미생물과 공존하는 훈련을 받아왔다는 의미다. 코로나19가 일시적 광란을 부리고 있지만, 곧 적응할 것으로 믿는다. 자신감을 갖자, 너무 우울해하지 말자는 뜻이다. 고해라는 말도 지극히 주관적인 표현이다. 쓰라린 바다인지 아닌지는 관점의 차이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 나름’이라고 했다. 마음을 어떻게 굴릴 것인가가 관건이다.
아름다움의 전당, 바로 미술관이다. 미술관은 상상력 충전소다. 감동과 생각할 재료를 주는 특수 공간이다. 그래서 미술관 문턱은 없어야 한다. 누구나 와서 즐길 수 있는 곳, 그야말로 만인의 광장이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이웃 같은 미술관이 되고자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지난해 휴관 위기를 온라인 콘텐츠로 극복한 국립현대미술관은 올해 20여개의 새로운 전시를 펼칠 예정이다. 국립중앙박물관과의 협업으로 고대부터 현대까지 한국미술의 특색을 다루는 전시가 있다. 개인전으로 국민화가 박수근을 비롯해 최욱경·정상화·황재형, 아이웨이웨이 같은 작가의 예술세계가 펼쳐질 것이다. 주제 전시로 생태, 평화와 같은 열쇳말을 내세운 것도 있다. 특히 대형 전시인 ‘코로나19, 재난과 치유’도 있다. 코로나 난국에 미술의 기능과 역할을 짚어보는 기획전이다.
인류 역사는 온갖 재난과 함께 버텨왔다. 고통을 겪어 본 사람만이 삶의 가치를 알게 된다. 쓰라린 바다를 건너야 피안이 있다. 그 사이에 미술이 있다. 고통의 세월을 딛고 위로와 감동을 받을 수 있는 미술관. 특히 코로나 난국에 휴식처가 되는 미술관. 그런 미술관이 국립현대미술관이고자 한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 코로나 난국에도 마찬가지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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