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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대병원 장례식장과 서울시청 앞 시민분향소에는 박 시장의 죽음을 애도하는 조문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아름다운 퇴장은 아니지만 그의 업적은 업적대로 기억하고 추모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한다. 그런가 하면 서울시가 주관하는 박 시장 5일장과 그에 대한 추모 열기를 불편하게 보고, 비판하는 움직임도 만만치 않다. 정의당 류호정 의원 등은 성추행 피해 호소인에 대한 연대를 표시하며 박 시장 조문을 거부했다. 5일장에 반대하는 국민청원 참여 인원이 12일 오전 현재 50만명을 넘었다. 성추행 문제에 대한 우리 사회 내부의 인식 격차를 보여준다.
한국 시민운동의 기틀을 다진 박 시장의 삶과 업적은 평가받고 기억돼야 한다. 하지만 박 시장 추모와 별개로 지켜져야 할 분명한 전제도 있다. 추모가 성추행 피해 호소인을 위축시키는 2차 가해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온라인상에서 행해지는 박 시장을 고소한 성추행 피해 호소인에 대한 명예훼손이나 신상털기는 용납될 수 없다. 성추행 책임을 피해자에게로 돌리려는 파렴치한 2차 가해다. ‘#박원순 시장 고발한 피해자와 연대합니다’라는 해시태그 달기 운동 등 피해 호소인과 연대하겠다는 여론은 존중돼야 한다. 피해자 입장에 서겠다는 사람들을 예의 없는 인간으로 폄훼할 일이 아니다. 박 시장도 유서에서 “모든 분에게 죄송하다”고 말했다. 그의 죄송한 마음을 인정하는 게 추모의 시작이다. 박 시장 장례위원회의 박홍근 공동집행위원장은 “고인을 추모하는 그 어느 누구도 피해 호소인을 비난하거나 압박하여 가해하는 일이 없도록 해달라”고 거듭 밝혔다.
정치권은 박 시장 죽음을 둘러싼 분열을 부추기는 언행을 삼가야 한다. 여권은 박 시장 애도에 묻혀 피해자 중심주의 원칙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 박 시장의 성추행 의혹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예의가 아니다”라며 막말을 한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의 행동은 부적절했다. 미래통합당은 박 시장의 죽음을 정쟁화하려는 움직임을 멈추기 바란다. 배현진 통합당 대변인은 1심 재판에서 이미 허위로 판결난 박 시장 아들 병역비리 의혹을 다시 꺼냈다. 시민의 인권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얄팍한 정치공세이다. 조문을 가지 않는 것은 자유지만 죽음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든다면 호된 비난을 피하지 못할 것이다.
서울시는 13일 열리는 박 시장 영결식을 온라인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코로나19 방역과 5일장 반대 여론을 감안한 옳은 선택이다. 피해자를 세심하게 보호하고 배려하면서 박 시장을 숙연히 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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