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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특별대표는 9일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만나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해 한국과 긴밀한 공조를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비건 부장관은 이날 2박3일 일정의 방한을 마치고 일본으로 출국했다. 비건 부장관은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한 구체적인 메시지는 내놓지 않았다. 다만 그는 “북한과 대화 재개 시 균형 잡힌 합의를 이루기 위해 유연한 입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재확인했다”고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전했다.
비건 부장관의 방한은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11월 미국 대선 전에 3차 북·미 정상회담을 개최하기 위한 중재자로 나서겠다고 선언한 상황에서 이뤄졌다. 그런 점에서 북·미 접촉 재개 등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한 것은 아쉽다. 하지만 북한과 대화 재개를 위해 미국이 유연한 입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분명히 확인했다. 거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비건 부장관이 방한 중이던 7일(현지시간) “만약 도움이 된다면 3차 북·미 정상회담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정상이 직접 3차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의미가 작지 않다.
남은 것은 비건 부장관의 방한을 통해 확인한 미국의 입장을 바탕으로 북·미 대화 재개를 성사시키는 일이다. 정부의 중재 역할이 필요한 순간이 왔다. 가장 어려운 문제는 북한이 여전히 대화의 문을 닫고 있는 점이다.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3차 회담에 입장을 확인한 뒤 북한에 대화 재개를 제의해야 한다. 북한이 미국에 요구하는 조건들을 충족시키는 것이 요체다. 미국이 ‘행동 대 행동’ 원칙에 따라 비핵화와 제재완화·체제보장을 단계적으로 주고받는 해법을 받아들이도록 설득해야 한다. 미국이 선 비핵화를 강요하며 ‘빅딜’ 아니면 ‘노딜’ 입장만 고수해서는 타협이 불가능하다. 대화 재개의 여건을 조성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우선 다음달로 예정된 한·미 연합훈련의 조정을 검토해야 한다. 현시점에서 한·미 군사훈련은 북한을 불필요하게 자극할 수 있다.
비건 부장관은 방한 중 “미국은 남북협력을 강력히 지지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북한과의 관계개선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남북관계의 발목을 잡는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한·미 워킹그룹 운영부터 대폭 개선해서 북한에 전향적 메시지를 줄 필요가 있다. 대북 경험이 많은 신임 외교안보라인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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