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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이 8일 ‘검·언 유착 의혹’을 수사할 독립적 수사본부를 구성하고 자신은 지휘에서 손을 떼겠다는 건의안을 냈으나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즉각 이를 거부했다. 추 장관으로서는 윤 총장이 자신의 수사지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판단이어서, 지시 불이행을 이유로 윤 총장에 대한 직접 감찰 등을 지시할 가능성이 높다. 양측 간 갈등이 전면전으로 치달을 공산이 커졌다.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간 유례없는 갈등이 해소되기는커녕 더욱 증폭돼 유감스럽다.
윤 총장이 이날 건의한 내용에 대해 검찰 주변에서는 추 장관의 수사지휘를 상당 부분 수용했다고 평했다. 추 장관의 지휘 내용은 윤 총장의 검·언 유착 사건 수사지휘 배제와 서울중앙지검 수사팀 독립성 보장, 전문자문단 소집 중단 등이었다. 이에 윤 총장은 서울고검장이 지휘하는 독립적 수사팀을 꾸리고 자신은 결과만 보고받겠다고 했다. 당초 윤 총장 측이 거론한 특임검사를 임명하는 대신 서울고검장의 지휘 아래 기존 서울지검 수사팀에 다른 검사들을 합류시켜 공정성 시비를 없애겠다는 것이다. 추 장관과 윤 총장의 뜻을 반씩 반영한 안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추장관은 이 안을 일축했다. 법무부는 “윤 총장의 건의는 사실상 수사팀의 교체·변경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문언대로 장관의 지시를 이행하는 것이라 볼 수 없다”고 거부 이유를 밝혔다. 현재 수사팀을 그대로 둔 채 윤 총장만 지휘에서 손을 떼라는 것이 추 장관의 뜻이라는 말이다.
이 사건은 채널A 기자의 강압 취재 과정에 윤 총장 최측근인 한동훈 검사장이 개입, 수감 중인 피고를 압박해 여권 고위 관계자의 비위를 캐려 했다는 의심에서 출발했다. 그런데 윤 총장은 대검의 감찰을 막고, 채널A 기자에 대한 수사팀의 구속영장 청구 의견을 외면했다. 게다가 추 장관의 수사지휘에 대해서도 시간을 끌면서 여론을 살폈다. 검찰의 수장으로 부적절한 처신이었다는 비판이 우세했다. 이런 점에서 윤 총장이 좀 더 추 장관의 뜻에 부응할 필요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추 장관이 9일 지휘 거부를 이유로 윤 총장에 대해 감찰이나 징계를 지시할 경우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다. 정치권이 가세하면서 사태가 또 다른 국면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다. 추 장관과 윤 총장 모두 양측 간 갈등을 우려하는 시민들을 생각해야 한다. 윤 총장은 다시 한번 냉정하게 수습안을 고민해야 한다. 추 장관도 이날 건의안 거부가 윤 총장의 거취 표명을 요구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일부러 갈등을 증폭한다는 비판은 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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