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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민주인권기념관에서 열린 6·10 민주항쟁 기념식에서 고(故) 이한열 열사 모친 배은심 여사에게 국민훈장 모란장을 수여하고 있다. 연합뉴스

6·10민주항쟁 33돌이다. 1987년 6월 대학생들로부터 시작된 시위는 도시 직장인인 넥타이부대, 학생과 주부, 노인들까지 합류하면서 민주화, 군부퇴진, 직선제 쟁취라는 성과를 일구어냈다. 33년 전 전국 주요 도시의 중심가에 나온 수백만 시민·학생들은 맨주먹으로 한국 민주주의의 이정표를 세우고, 미래를 열었다. 

올해 기념식에서는 고(故) 이한열·박종철·전태일 열사의 부모, 조영래 변호사 등 민주화운동에 헌신한 12명이 국민훈장을 받는 등 모두 19명이 첫 ‘민주주의 발전 유공’ 정부포상을 받아 의미를 더했다. 현대사 고비마다 질식할 것 같았던 압제의 사슬은 저절로 풀린 게 아니다. 우리가 누리는 민주화의 공기, 민주화의 햇살은 일생을 민주화운동에 바친 이들의 희생과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민주인사들은 독재시대 시민의 울타리였다. 민주유공자들에 대한 정부 차원의 존경과 감사의 표시가 이제야 이뤄졌다는 게 송구할 따름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10일 “우리는 이제 더 많은 민주주의, 더 큰 민주주의, 더 다양한 민주주의를 향해 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지속 가능하고 보다 평등한 경제는 제도의 민주주의를 넘어 우리가 반드시 성취해야 할 실질적 민주주의”라고 했다. 6월항쟁은 시민의 손으로 직접 대통령을 선출한다는 절차적 민주주의를 쟁취한 절반의 성공이었다. ‘87년체제’의 한계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그로부터 30여년이 흐른 지금 사회적 약자 보호, 경제 양극화 문제 등은 더 나아졌다고 보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시민들은 형식적 민주주의를 넘어 인간다운 삶의 질을 보장받고, 경제적 형평과 사회정의가 실현되는 생활 속의 민주주의가 이루어지기를 바라고 있다. 

이제는 6월항쟁의 정신을 뛰어넘어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야 할 때다. 6월항쟁 정신이 ‘반독재 민주주의’였다면 오늘의 시대정신은 복지와 평등·행복을 앞세우는 ‘사람 중심 민주주의’를 구현하는 것이다. 시민권력 시대를 맞아 당연히 요구되는 변화다. 정치권에서도 새 시대를 열겠다는 다짐이 쏟아졌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비민주적, 불공정한 정치사회 구조를 개혁해 6·10시대를 넘는 새 시대를 개막해야 한다”고 했다. 김부겸 전 의원은 “6·10민주항쟁이 씨뿌린 정치적 민주주의에서 이제 사회경제적 민주주의로 나아가는 것이 민주 영령의 넋 앞에 살아남은 이들이 바치는 맹세여야 한다”고 했다. 21대 국회가 이런 다짐을 구체화한다면 6월항쟁의 정신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정신으로 더 높게 승화되리라 기대한다. 그것이야말로 6월항쟁의 완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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