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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정부기관 이름 중 단 하나 고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내게 1순위는 ‘외국인보호소’다.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붙여진 이름이긴 하지만, 이처럼 형식과 실체가 일치하지 않는 이름도 없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보호’란 ‘위험이나 곤란 따위가 미치지 아니하도록 잘 보살펴 돌봄’이란 뜻이다. 그렇다면 ‘외국인보호소’는 외국인에게 생길 수 있는 위험이나 곤란이 없도록 보살피고 지원하는 곳이어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실상은 그렇지 않다.

 ‘외국인보호소’는 구금시설이다. ‘수용소’나 ‘구치소’라는 이름이 아니라 해서 내부시설이 다른 것은 아니다. 보호소 내부 외국인들이 생활하는 호실은 쇠창살로 구분되어 있는데, 군대 생활관 구조의 좁은 공간에 10명에서 많게는 15명의 서로 다른 국적의 사람들이 하루 종일 갇혀서 생활한다. 철창 사이로 난 작은 통로로 식판에 담긴 식사가 오고가고, 사복도 입지 못한다. 등판에 ‘보호외국인’이라는 글씨가 적힌 옷은 한 번 받으면 2주 동안 입어야 한다. 운동도 마음대로 할 수 없다. 보통 주 2회 30분 정도 시설 내 마련된 야외공간에서 운동을 할 수 있는데, 코로나19 이후 이마저 취소되어 호실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보호라는 말이 무색하다.

호실마다 작은 TV와 공중전화가 하나씩 있다. 밖에선 찾아보기 어려운 마그네틱 전화카드를 사용하는 전화기가 외국인이 외부와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 군인도 인터넷과 휴대전화를 쓸 수 있는 세상인데, 출국을 위해 보호소에 온 외국인은 자기 휴대폰을 쓸 수 없다. 항공편을 예약하고, 본국에 있는 가족과 외부의 지인들에게 상황을 쉽고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하려면 문자나 메신저, e메일을 사용할 수 있어야 하는데 접근조차 불가능하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이런 열악한 시설에 외국인을 출국할 때까지 무한정 가두어둘 수 있다는 점이다. 만약 본국으로 돌아갈 수 없는 사정이 있는 사람이라면, 길게는 수년 동안 갇혀 있어야 한다.

최근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히면서 보호소가 포화 상태다. 정기적으로 보호소 방문을 하는 시민모임 ‘마중’에 따르면, 올해 3월 화성, 청주, 여수에 총 389명 외국인이 구금돼 있었는데, 지난 8월엔 760명에 달했다. 5개월 만에 구금된 숫자가 2배 이상 증가했다. 모든 시설이 적정 수용인원을 초과한 상태라 한다. 내부 상황도 좋지 않다. 돌아갈 비행기가 언제 있는지도 알 수 없는데 좁은 철창 안에 사람을 가둬두니, 다툼과 갈등도 심해지는 것이 당연하다. 코로나와 같은 전염성 질병이라도 발생하는 날엔 최악의 상황이 될 수 있다.

팬데믹 장기화로 언제쯤 국경의 이동이 가능한지 예측할 수 없다. 그렇다고 사람을 콩나물시루처럼 계속 쌓아둘 수도 없다. 외국인 중 자진 출국 의사가 있는 사람은 신원보증인이나 보증금 등 일정 조건하에 일시보호해제를 하고, K방역 시스템에서 실효성이 확인된 자가격리자 관리 앱이나 입국자 시설격리센터와 같이 인신구속 정도가 낮은 다양한 방법을 도입하는 것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위기는 기회’라는 말처럼, 국경이 통제되는 코로나 시대 과감한 정책 전환을 모색하는 것도 좋다. 지금처럼 원시적 형태의 단속과 집단구금을 통한 인신구속 중심의 출입국관리 정책이 아닌 자발적 출국을 유도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 대안을 생각해볼 시점이다.

<조영관 변호사·이주민센터 친구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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