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변별력을 높이기 위한 고난이도 문제가 출제되긴 했지만 대체적으로 지난해 대학수학능력시험과 난이도가 비슷하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난 후 한 신문에 실린 기사다.


‘고난이도 문제가 출제되었다’는 무슨 뜻일까? 아마 글쓴이는 ‘매우 어려운 문제가 나왔다’란 의미로 썼을 것이다. 그런 의미라면 틀린 표현이다. ‘고난도(高難度) 문제’라고 써야 옳다. 그래야 ‘매우 어려운 문제’란 의미가 된다.


난이도(難易度)란 ‘어렵고 쉬운 정도’를 뜻한다. 그래서 ‘고난이도(高難易度) 문제’라고 하면 ‘어렵고 쉬운 정도가 높은 문제’란 뜻이 된다. 서로 다른 두 가지의 의미(어렵다와 쉽다)를 가진 말을 한 가지(어렵다) 뜻으로만 쓴 것이다. ‘고난이도’는 의미상 잘못된 단어 조합이다.


서울 노원구 청원여고 여학생이 2009년도 수학능력시험 모의평가 시험을 보고 있다.(출처: 연합뉴스)


‘난이도가 높다’ ‘난이도가 낮다’도 흔히 잘못 쓰는 표현이다. ‘어렵고 쉬운 정도가 높다(낮다)’는 말이 되기 때문에 의미상 모순을 일으킨다. 난이도는 주로 ‘조정하다’ ‘유지하다’ ‘비슷하다’라는 단어와 어울린다. “지난 9월에 치른 모의고사를 기준으로 난이도를 조정했다”처럼 써야 한다.


‘높다’나 ‘낮다’와 함께 쓸 수 있는 말로는 ‘난도(難度)’가 있다. ‘난도’는 ‘어려움의 정도’를 말한다. 따라서 “문제의 난도가 높다”는 ‘어려움의 정도가 높다’ 곧 ‘문제가 어렵다’란 의미가 된다.


김선경 기자 sunkim@kyunghyang.com

'=====지난 칼럼===== > 알고 쓰는 말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짜장면이 땡긴다?  (0) 2013.12.04
까탈스럽다?  (0) 2013.11.27
단언컨대  (0) 2013.11.06
제치다와 젖히다  (0) 2013.10.30
미망인에 대한 생각  (0) 2013.10.16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   2025/07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