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한국은행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스마트폰 카메라로 지폐를 식별하는 시청각장애인용 애플리케이션인 ‘한국은행권 액면식별 도우미’를 개발했다. 사진은 앱을 구동해 1만원권을 인식한 장면이다. 한국은행 제공

 

한국의 등록 장애인은 263만여명이다. 주요 유형별로는 지체·청각·시각·지적 장애인이 각각 120만·39만·25만·21만명 등이다. 전체 인구의 5% 정도다. 실제로는 10% 안팎으로 추정한다. 세계적으로도 전 인구의 약 15%(12억명)가 장애인으로 집계된다. 국제적으로 펼쳐지고 있는 장애인 차별 철폐 및 장애 인식개선 운동의 이름이 ‘위더피프틴(#WeThe15)’인 이유다.

한국에도 많은 장애인이 살아간다. 그런데 스웨덴 같은 유럽 선진국과 달리 장애인이 적어 보인다. 길거리나 지하철·버스·공연장 등 일상생활 속에서 장애인을 만나기 쉽지 않다. 한국의 장애인 수가 적기 때문인가. 아니다. 장애인들이 기본권인 대중교통 이용의 권리를 누리기 어렵고 문화생활도 즐기기 힘든 환경이어서다. 차별과 배제로 분리되고, 심지어 시설 속에 갇히기 때문이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지만 장애인 정책·인식 수준으로 보면 한국은 아직 후진국이다.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여당이 될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20년째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의 지하철 시위를 비판하고 나선 게 단적인 사례다.

한국은행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스마트폰 카메라로 지폐를 식별하는 시청각장애인용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했다고 19일 밝혔다. 앱 실행 후 카메라를 지폐에 대면 음성과 진동으로 액면 금액을 안내한다. 그동안 지폐 금액을 확인하느라 애를 먹던 장애인들이 훨씬 더 편리해질 것이다. 앱 개발 기관들에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경향신문은 지난해 ‘장애인도 소비자다’라는 기획시리즈를 통해 지폐 식별을 위한 앱 출시를 요청하는 장애인의 목소리를 전한 바 있다.

이번 앱은 비장애인에겐 사소할 수 있지만 장애인에게는 생활 속 큰 불편의 해소다. 지금 눈을 감고 지폐의 금액 확인을 시도해보면 그 효과를 실감할 수 있다. 20일은 제42회 장애인의날이다. 1회성 이벤트보다 이 앱처럼 일상생활 곳곳에 숨겨진 장벽들을 하나둘 제거할 때다. 당연한 말이지만 우리는 누구나 한순간 장애인이 될 수 있는 ‘예비 장애인’이다. 장애인이 불편하지 않은 사회가 모두에게 편안한 사회다.

도재기 논설위원


 

오피니언 | 여적 - 경향신문

페루, 물가 상승 항의 대규모 시위

www.khan.co.kr

 

'일반 칼럼 > 여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적]대통령의 예능 소통  (0) 2022.04.25
[여적]페트병 철근  (0) 2022.04.21
[여적]프레이밍  (0) 2022.04.19
[여적]포스트 코로나 소비  (0) 2022.04.18
[여적]왕(王)장관  (0) 2022.04.15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   2025/07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