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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칼럼

[여적]‘70대 알바’ 노조

opinionX 2021. 4. 30. 09:57

노인 관련 일러스트. 김상민기자

한국에서 70대는 해방 전후나 한국전쟁 중에 태어났다. 65세 노인에 갓 접어든 1차 베이비부머(1955~1963년생)의 바로 앞세대이고, 2차 베이비부머(1968~1974년생)의 부모 세대다. 대다수는 농촌에서 보릿고개를 겪고, 도시에선 저임금 노동자와 수출 역군으로 일했다. 배움은 기회조차 없거나 짧고, 배곯으면서도 자녀들은 공부시킨 현대사의 ‘고생 세대’였다.

그렇게 살고도 10명 중 3명은 오늘도 궂은일을 한다. 70대 단독가구주 4명 중 3명은 빈곤하다. 새벽에 6411번 버스를 타고 빌딩 청소하러 가는 할머니들, 짐을 나르는 할아버지들, 폐지 줍는 170만명의 노인이 그들이다. 기초연금·국민연금만으로는 도시에서 먹고살 수 없어 일일 알바전선을 뛰는 것이다.

힘들게 이고 지고 닦으며 사는 70대를 돕기 위해 29일 또 하나의 세대별 노조가 닻을 올렸다. 서울 전태일기념관에서 첫발을 뗀 노년아르바이트 노조이다. 출범식에선 전쟁고아부터 농부·여공·가난·자녀교육 얘기까지 청소노동자들이 울먹이며 썼다는 구술기록집도 공개됐다. 그나마 대학 청소노동자의 정년은 70세, 이젠 그것도 끝나고 하루하루 일터를 찾아 고군분투한다는 할머니도 있었다. 노조는 ‘대학 밖의 청소노동자’부터 보듬고, 70대의 불안정 노동자·구직자로 조직을 확대해나가겠다고 했다. 최저임금도 못 받기 일쑤인 열악한 처우와 노동환경을 바로잡고, 기초연금·공공주택·교통요금 등 문제로도 활동을 넓혀갈 참이다.

세대별 노조는 2010년 청년유니온(15~39세)이 문을 열었다. ‘사람잡는 30분 배달제’를 중단시키고, 청년들의 열정페이 문제를 공론화했다. 2012년엔 공공부문 노인일자리 참여자가 많이 가세한 노년유니온(55세 이상)이 뒤따랐다. 2014년엔 양대 노총에도 50세 이상이 가입하는 노후희망유니온과 전국시니어노조가 세워졌다. 공정한 보상과 직무급제 전환을 중시하는 밀레니엄·Z세대의 사무직 노조 바람엔 달라진 노동관도 깔려 있다. 노조가 세대와 직역으로 빠르게 분화하고 있다. 할 말은 많은데 큰 노동단체는 제대로 품고 대변해주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일 게다. 특화된 수요와 각박한 세상이 새 노조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기수 논설위원 kslee@kyunghyang.com


 

오피니언 여적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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