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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풍적인 인기를 끌다가 갖가지 논란에 휩싸였던 유튜브 예능 ‘가짜사나이’가 엊그제 결국 방영을 접었다. 첫 편을 내놓은 지난 7월9일 이후 3개월여 만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시비는 이제 잦아들 것이다. 하지만 짧고 굵게 떴다 추락한 이 프로그램은 디지털 미디어와 콘텐츠를 둘러싼 실상을 적나라하게 나타냈다는 면에서 많은 시사점을 남겼다.
혹독한 특수부대 훈련 과정을 체험시키는 ‘가짜사나이’는 진짜임을 내세웠다. 예전 MBC 예능 <진짜 사나이>가 가짜를 보여주는 진짜였다면 자신들은 진짜를 보여주는 가짜라고 포장해 폭발적인 조회 수를 기록했다. ‘군대 문화’를 소구한 점도 작용했다. 10여편의 누적 조회 수가 1억회에 육박했고, 교관 출연자가 지상파 방송과 광고에 진출하기도 했다. 이는 영향력이 커지고 있는 유튜브가 기존 방송사를 훌쩍 능가한 사례라 할 수 있다. 뉴미디어 시대 수용자는 늘 재미있는 콘텐츠를 더 싸고 편리하게 제공하는 공간으로 이동한다는 사실도 보여줬다.
문제는 콘텐츠다. 유튜브 예능은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어 선정성·폭력성 우려가 큰데 ‘가짜사나이’도 이를 벗어나지 못했다. 재미를 좇는다는 이유로 자극을 계속 추가했고, 비인격적이고 가학적인 언행을 서슴지 않으며 정당화했다. 유튜브를 손쉽게 쓰는 어린이들에게도 여과 없이 노출돼 엎드려뻗쳐 같은 얼차려가 아이들 사이에 놀이처럼 유행하는 부작용까지 낳았다. 출연진의 거짓말이나 일탈 행위에 대한 폭로전이 유튜버들 간에 이전투구처럼 벌어진 것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유튜브에서 누군가 인기를 끌면 폭로가 나오고 사과와 방송 중단으로 이어지는 행태가 이번에도 재연됐다. 유튜브 시장의 씁쓸한 현실이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국내 10명 중 8명이 유튜브를 쓰고 1인당 한 달 평균 17일 접속하고 30시간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대가 낮을수록 사용 빈도와 시간이 많다고 하니 유튜브의 위력은 앞으로 더 강해질 것이다. 세계적으로 1분마다 500시간 이상의 콘텐츠가 업로드된다는 유튜브 비즈니스의 핵심은 조회 수다. 모두가 더 많은 클릭을 원한다. ‘가짜사나이’ 다음에 어떤 유튜브 예능이 뜰까. 궁금하기보다 두려움이 앞선다.
<차준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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