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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은 운이다. 열정도 실력도 아니다.” <킵고잉>이란 책에서 읽고 공감한 대목이다. 이 책은 사업에 관한 것인데 만화가인 내가 왜 읽었을까? 엉뚱한 사연이 있다.
이 칼럼에서 나는 종이책에만 매달리면 앞으로 힘들 것 같다고 했고 유튜브를 시작하겠다고도 썼다. 그래놓고선 여전히 종이 세상에 살았다. 종이신문과 종이책에 들어갈 그림을 그렸고 유튜브에 관한 종이책을 읽었다(김겨울이 쓴 <유튜브로 책 권하는 법>이 제일 좋았다). 얼마 전 유튜브 채널 신사임당으로 유명한 주언규의 책이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유튜브가 주제겠거니 막연하게 생각하며 <킵고잉>을 읽었는데, 잘못 짚었다. 그래도 유익한 책이었다. “성공은 운”이라는 말은 도박하듯 사업하라는 뜻이 아니다. 단 한 번 시도로 성공할 생각을 버리라는 충고다. 사업이 “주사위를 던져 눈이 3이 나오면 돈을 벌고 아니면 잃는 게임”이라고 하면, 여러 번 실패할 경우를 대비하고 시작해야 한다. “실패도 계획에 포함해야 한다.”
그러고 보니 창작자끼리 만날 때 나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 적 있다. 낚싯대 하나에 걸고 기다리던 시대는 갔다. 요즘은 어떤 작품이 히트할지 예측하기 어려워서다. 그러니 낚싯대 여러 대를 드리웠다가 입질이 오는 것 하나만 잡아채야 한다고 말이다.
그런데 누가 낚시꾼이고 무엇이 낚싯대일까. 현실은 플랫폼이 창작자를 낚싯대로 쓴다. 인기 없는 다수의 작가를 정리하고 인기 있는 소수의 작가를 밀어준다. 문화산업에서 즐겨 쓰던 오랜 전략이란 점을 생각하면, 나쁘다고 말할 수 있을까. 반면 창작자 입장은 다르다. 고만고만한 몸집의 다양한 플랫폼이 있다면 작가도 부담이 작다. 지금 작품이 흥행에 실패해도 다른 곳에서 또 기회를 얻을 수 있으니까. 반면 두어 곳의 거대한 플랫폼이 시장을 지배한다면, 작가는 한두 번 만에 성공해야 한다는 부담을 진다. 나쁘다고 말할 수 있을까. 설령 그렇더라도 독자는 작가 편을 들어줄까. 예를 들어, 지금 웹툰 시장이 사실상 독과점이라는 의견이 있다. 플랫폼의 다양성이 사라지면 독자도 손해라는 주장을 봤는데, 독자들이 그다지 호응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래도 작가 쪽에서는 다양한 매체가 번번이 등장해주는 쪽이 좋다. ‘주사위의 이기는 눈’이 나올 때까지 여러 시도를 해 볼 수 있어야 창작자의 미래도 밝다. 독자의 눈길을 사로잡을 다음번 매체는 유튜브일까, 틱톡일까, 아니면 당근마켓일까? 이 문제를 다룬 책은 없나 나는 궁금하다. 인터넷서점을 뒤적이다 깨달았다. 나같이 여전히 종이매체를 잊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는 사실을.
김태권 만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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