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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6월 신종플루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선언됐다. 미국·멕시코에서 발생한 이 감염병이 전 세계로 급속히 퍼져나갔다. 한국에서도 그해 7월부터 확진자가 급증하더니 8월에 첫 사망자가 나오고 12월 중순까지 ‘심각’ 단계가 이어졌다. 이듬해 8월까지 국내 확진자는 약 76만명, 사망자는 270명으로 집계됐다. 지금의 코로나19 사태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당시 신종플루의 위협도 예사롭지 않았다. 시민들을 불안에 떨게 했던 이 바이러스를 멈춘 것이 알약 치료제 타미플루였다. 이 약이 보급돼 본격 사용되면서 신종플루는 발생 1년여 만에 계절독감 수준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됐다. 타미플루는 상황을 완전히 바꾼 ‘게임 체인저’였다.
타미플루는 발병 후 48시간 이내에 복용하면 중증·사망 위험도를 낮추는 효과를 보이며 일상회복을 이끌었다. 코로나19의 치명률과 전파력이 훨씬 높지만, 이런 치료제가 있어야 ‘위드 코로나’로 확실히 전환할 수 있다. 그래서 최근 개발 소식을 알린 ‘먹는 코로나19 치료제’에 이목이 쏠린다. 미국 머크사의 ‘몰누피라비르’와 화이자가 개발한 ‘팍스로비드’다.
둘 다 타미플루처럼 발병 초기에 복용하는 약이다. 또 모두 60세 이상 고령자와 기저질환자용이다. 팍스로비드는 증상 발현 3일 안에 먹으면 입원·사망 확률을 89%까지 감소시킨다는 임상시험 결과를 냈다. 몰누피라비르는 5일 안에 먹으면 이 확률을 50% 줄인다고 한다. 몰누피라비르가 세계 최초로 영국에서 사용 승인을 받았고 팍스로비드도 이달 중 긴급 사용 승인을 신청한다고 하니 이들이 치료 현장에 등장할 날이 머지않았다. 정부는 두 약을 포함한 먹는 치료제 40만4000명분을 미리 확보하고 내년 2월부터 순차적으로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먹는 치료제는 고위험군 확진자의 중증 위험도를 낮추며 코로나19 극복의 게임 체인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일부는 아직 타미플루처럼 모든 환자가 복용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라 게임 체인저로 보기 어렵다고 한다. 부작용이나 안전성 검증이 부족할 수 있다는 얘기다. 알약 치료제가 타미플루 같은 게임 체인저가 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할 수 있겠다. 백신 대신 치료제만 믿고 있어서도 안 된다.
차준철 논설위원
오피니언 | 여적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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