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와 함께한 지난 2년여 동안, 마스크는 얼굴에서 떼어낼 수 없는 피부나 다름없었다. 감염을 막는 최고의 백신이자 방역의 보루였다. 코로나 감염세가 줄고 거리 두기도 풀어지자 실외에서 마스크를 벗을 수 있다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마스크 없이 숨쉬면 얼마나 상쾌할까. 이미 ‘노 마스크’로 거리를 다니고 산책하는 이들이 나타나고 있다. 미용에 신경써야겠다는 말까지 나오는 것을 보면 격세지감을 느낀다. 미국·영국·프랑스·독일·일본 등에서는 이미 실외 마스크 착용이 의무가 아니다. 노 마스크는 코로나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상징적 조치나 마찬가지다.
물론 마스크 벗기는 신중해야 한다. 강력한 신종 변이가 다시 나타날 수 있고 재유행 우려도 완전히 가시지 않았다. 인크루트가 최근 121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실외 마스크 착용이 해제되어도 마스크를 계속 쓰겠다는 응답자가 78%나 됐다. 뉴욕타임스는 최근 ‘나 홀로 마스크’로도 높은 예방 효과를 거둔다는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마스크가 여전히 유효하다며 쓰기를 장려한 것이다.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27일 새 정부 출범 후 30일 내에 ‘실외 마스크 프리’ 선언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5월 하순쯤 최종 판단을 한다는 것이다. 현 정부가 각계 의견을 수렴해 오는 29일 다음달부터 실외에서 마스크 쓰기 의무 해제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과 엇박자를 내고 있다. 마스크를 벗는 시점은 5월 아니면 6월인데, 이르면 현 정부가 늦으면 새 정부가 결정한다. 노 마스크를 선언함으로써 일상회복의 공을 차지하려고 신경전을 벌이는 모양새다.
안 위원장은 과학방역을 내세우면서 현 정부의 방역을 정치방역이라고 비판했다. 여론에 따른 정무적인 판단과 결정으로 실수가 많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인수위가 이날 발표한 ‘코로나19 비상대응 100일 로드맵’은 현 정부의 정책 기조와 별반 다를 게 없다. 노 마스크를 선언하려면 실외 마스크와 코로나19 유행의 상관관계에 대한 과학적 분석도 내놓아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 진정 과학을 기반으로 한 방역대책이어야 시비가 없다. 그저 ‘내가 하면 과학방역, 남이 하면 정치방역’은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