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시대 한 고을의 수령이 공무를 보는 중심 건물 동헌(東軒)은 외아(外衙)라고도 불렀다. 수령의 가족이 거주하는 공간인 내아(內衙)와 분리했는데, 중앙에서 지방으로 발령받은 수령에게는 필수 공간이었다. 지금의 관사(官舍)에 해당한다. 동헌이라는 말도 내아의 동쪽에 위치한 데서 유래했다. 여러 선진국과 달리 한국에서 유독 관사가 많은 것은 이런 역사적 배경 때문이라고 할 것이다. 중앙이나 지방정부는 물론이고 학교와 군부대까지 관사를 운용하는 기관이 여전히 많다. 관사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 수밖에 없다. 수년 전부터는 이런 구설을 피하기 위해 지자체 단체장들의 관사 사용을 포기하고 시민에게 개방하는 일이 늘고 있다.
관사를 둘러싼 논란 중 하나가 관사를 이용해 경제적으로 이익을 취하는 이른바 ‘관사 테크’다. 윤석열 정부 조각 과정에서도 논란이 재연되고 있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 내정자가 과거 합동참모본부 차장 시절 서울 용산 관사에 거주하면서 관사 테크를 한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이 내정자는 서울 잠실과 경기 수원(광교)에 아파트 두 채를 보유 중이었는데, 관사에 들어간 덕분에 두 아파트를 전세 놔 10억원 이상의 여윳돈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이 돈으로 광교 아파트의 중도금을 내고, 장녀의 아파트 매입에 증여와 대여로 도움을 줬다는 의심이 일고 있다. 이 내정자는 비상대기를 해야 하는 직책이라 근무처 인근의 관사 입주가 불가피했다고 해명했다. 관사 테크를 의도하지 않았다는 말이지만, 정황상 설득력이 없다. 예금 1400만원이 재산의 전부였던 장녀가 1년 만에 5억5000만원짜리 아파트를 매입한 경위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관사 테크가 논란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김명수 대법원장의 아들 부부가 한남동 대법원장 관사에 살며 분양 아파트의 중도금을 내서 구설에 올랐다.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청와대 대변인 시절 관사에 들어가면서 전세금으로 서울 흑석동 상가를 매입해 야당의 비판을 받았다. 그런데 이 내정자의 관사 테크 거래는 그 이후 이뤄졌다.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도 13일 “인수위에서 공직자 관사의 실태를 철저히 살피겠다”고 했다. 이 내정자의 인사청문회를 주목해야 할 이유가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