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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8월15일,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저탄소 녹색성장’을 새로운 국가발전 전략으로 선언했다. 이후 녹색성장은 이명박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가 됐다. 그리고 그해부터 녹색성장이라는 명분 아래 4대강 사업이 대대적으로 추진됐다. 그럴듯해 보이지만, 실상은 환경과 생태계를 파괴하는 초대형 토건 사업을 녹색으로 분칠한 것이다. 서로 상충하는 녹색환경과 경제성장을 아우르는 역발상이며 친환경 녹색 기술·산업 자체를 성장동력으로 삼는 것이라고 정부는 자화자찬했다. 그러나 이 ‘녹색성장’은 녹색을 허울로 삼아 성장에 치중한 허위 전략에 지나지 않았다. 실제 그 기간 온실가스 배출량은 크게 늘어 이 개념이 녹색과 거리가 멀다는 점을 증명했다.
박근혜 정부는 이명박 정부가 부르짖던 녹색을 지웠다. 녹색성장과 연관된 정부 부처와 기구를 축소하고 명칭에서도 녹색을 뺐다. 하지만 녹색이 아닌데도 녹색이라고 우겼던 잘못을 바로잡겠다는 취지가 아니었다. 이전 정권의 흔적을 지우겠다는 정치적 이유 때문이었다. ‘창조경제’를 내건 박근혜 정부는 환경·기후변화 대응에 소홀했고 결국 한국에 ‘기후악당 국가’라는 오명을 뒤집어씌웠다.
이런 녹색성장이라는 말이 되살아나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가 19일 의결한 국내 첫 탄소중립 법안 이름에 녹색성장이 포함됐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안’이다. 탄소중립과 녹색성장이 양립할 수 없는 개념임이 자명한데 이를 병기했다. 10여년 전 유산을 지켜야 한다는 일부 의원의 의견이 반영됐다고 하는데 납득이 안 된다. 생존의 당면 과제인 2050년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자는 것인가, 아니면 예전 그대로 성장을 중시하자는 것인가. 의원들이 법안의 의미나 제대로 파악한 것인지 의심스럽다. 탄소중립 목표를 위협하는 녹색성장이란 말은 법안명에서 빠져야 한다.
부실한 법안 내용도 비판의 대상이다. 오는 11월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 제출할 2030년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를 ‘2018년 대비 35% 이상’으로 했는데 국제사회의 기준에 못 미친다. 더 뚜렷한 의지와 방향이 담기지 않으면 2050 넷제로 달성은 무망하다. 안팎으로 법안 보완이 시급하다.
차준철 논설위원
오피니언 | 여적 - 경향신문
탈레반 장악,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 필사의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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