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언론중재법) 심의를 위한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가 18일 국회에서 열리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2012년 ‘국회선진화법’(국회법 개정안)이 통과된 후 국회에서 여야 간 물리적 충돌이 사라졌다. 대신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지정), 필리버스터(합법적 의사진행 방해), 안건조정위원회 등 낯선 문화가 등장했다. 쟁점 법안의 첨예한 갈등을 줄이기 위한 완충장치들이다. 20대 국회에서 패스트트랙이 국회선진화법을 상징했다면, 21대 국회에서는 안건조정위가 국회선진화법의 대표적 상징이 됐다.

안건조정위는 상임위에서 이견이 있는 법안을 처리하기에 앞서 제1 교섭단체와 동수로 위원회를 구성해 최장 90일 동안 법안을 심의하는 소위원회다. 제1 교섭단체가 수적 우위를 내세워 일방적으로 법안을 처리하지 못하도록 한다는 게 입법 취지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이 여야 위원 비율 3 대 3에서 야당 몫 조정위원에 열린민주당 의원이나 여당 성향 무소속 의원을 앉히면서 입법 취지가 왜곡돼 버렸다. 실제로는 여야 비율이 3 대 3이 아니라 4 대 2가 되는 셈인데, 여당은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쟁점 법안을 통과시켰다. 결과적으로 안건조정위가 숙려가 아니라 속전속결 수단이 돼 버린 것이다.

지난 18일 밤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안건조정위에서 통과됐고, 비슷한 시간에 탄소중립법 제정안이 환경노동위원회 안건조정위에서 처리됐다. 다음날에는 사학법 개정안이 교육위원회 안건조정위를 거쳐갔다. 25일 이들 법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키기 위해 여당은 이틀 사이 숨 가쁘게 모두 세 번의 안건조정위를 무력화시켰다.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문체위), 윤미향 무소속 의원(환노위), 강민정 열린민주당 의원(교육위)이 ‘야당 몫 여당 성향’ 조정위원으로 활동했다.

거대 양당은 지난해 4월 총선을 앞두고 위성정당을 만들었다. 이때 탄생한 여당 성향의 열린민주당이 여당의 외곽에 위치하면서 ‘야당 몫 여당 성향’ 안건조정위원의 조건이 갖춰졌다. 아무리 명분이 그럴싸한 법안이라 할지라도 협치를 무시하고, 안건조정위의 취지를 저버리면 바람직할 리가 없다. 이런 편법이 관행이 된 현실이 안타깝다. 선진화법이 누더기가 돼 ‘후진화법’이란 오명을 뒤집어쓰지 않도록, 안건조정위 악용을 방지하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해야 한다.

윤호우 논설위원


 

오피니언 | 여적 - 경향신문

탈레반 장악,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 필사의 탈출

www.khan.co.kr

 

'일반 칼럼 > 여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적]펜트하우스  (0) 2021.08.24
[여적]현금 없는 버스 승차  (0) 2021.08.23
[여적]녹색 없는 녹색성장  (0) 2021.08.20
[여적]깡통주택  (0) 2021.08.19
[여적]카불 공항  (0) 2021.08.18
댓글
최근에 올라온 글
«   2025/07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