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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칼럼/여적

[여적]달라진 노년

opinionX 2021. 6. 8. 09:28

양성일 보건복지부 1차관이 7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0 노인실태조사 주요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연합뉴스

“인터넷으로 지원 신청하래요. 지원 자체가 도전이겠군요.” 2015년 미국 영화 <인턴>에서 로버트 드니로가 연기한 70세 시니어 인턴 벤 휘태커의 대사다. 지금 노년층의 현실을 콕 집어낸 한마디 같다. 한국의 65세 이상 노인 중 4분의 3에 이르는 74.1%가 온라인 서비스와 기기 활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노인 10명 중 절반 웃도는 5.6명이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는데도 그렇다. 노인들의 60% 이상이 온라인 교통편 예매나 키오스크를 통한 음식 주문이 무척 불편하다고 말한다. 노년층의 디지털 격차·소외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보건복지부가 7일 발표한 ‘2020년 노인 실태조사’는 오늘날 노인의 현실을 보여준다. 2008년부터 3년 주기로 실시된 이 조사를 보면 그간 노인 생활상과 가치관 변화를 가늠할 수 있다. 우선 노인 10명 중 8명은 혼자 아니면 부부끼리만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만 산다’는 가구가 2008년 66.8%에서 2020년 78.2%로 부쩍 늘었다. 자녀와 함께 살기를 원하는 비율도 2008년 32.5%, 2017년 15.2%, 2020년 12.8%로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노인 단독가구가 계속 늘면서 곧 자녀와 함께 사는 노인이 희귀해질 것이다.

노인과 자녀 간 왕래가 확 줄어들고 있다.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왕래했다는 노인이 2008년 44%, 2017년 33%에서 2020년에는 17%로 급감했다. 대신 가까운 이웃이나 친구와 연락한다는 노인은 59%에서 71%로 늘었다. 번거롭게 자녀들과 만나기보다 마음 편히 주위 친구들과 교류하는 노인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복지부는 이처럼 노인 단독가구가 증가한 이유를 노인들의 건강·경제력·개인 생활 등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졌다는 응답과 연결했다. ‘자립’이 가능해서라는 것이다. 하지만 겉모습 그대로만 볼 일이 아니다. 65~69세 노인의 절반 이상(55%)이 일을 하고 있고, 그중 대다수(74%)는 생계비 마련을 위해 일한다고 응답했다. 경제 활동을 한다는 노인 중 단순노무직 종사자 비율은 2008년 24%에서 2020년 49%로 급등했다. 노인만 또는 노인끼리만 살면 아플 때 서럽고 일상생활이 어렵다고 토로한 응답자 또한 늘었다. 돌봄과 일자리 등 노인들의 삶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과제를 받아들었다.

차준철 논설위원 cheol@kyunghyang.com


 

오피니언 여적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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