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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칼럼

[여적]도로의날

opinionX 2020. 7. 8. 15:06

중국 문호 루쉰은 “처음부터 길이었던 길은 없다”는 경구를 남겼다. 덧붙여 이르기를 “희망은 땅 위의 길과 같다. 본래 땅 위에는 길이 없었다. 걸어가는 사람이 많아지면 길이 되는 것이다”라고 했다. 길은 희망이다. 논어 옹야편에는 ‘행불유경(行不由徑)’이라는 말이 나온다. 길을 갈 때 지름길을 좇지 않고 큰길을 취한다는 뜻이다. ‘군자대로행(君子大路行)’과 같은 말이다. 길이 아니면 가지 말라고도 했다. 여기서 길은 바르고 당당함을 상징한다. 길을 지칭하는 한자어 도(道)·로(路)는 사람과 물자가 이동하는 교통시설로 의미가 국한되지 않는다.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는 말도 익숙하다. 고대 로마제국이 영토를 확장하며 사방팔방의 점령지로 뻗어나가게 건설한 도로가 3세기 말 8만5000㎞에 달했다. 지금까지도 일부는 멀쩡하게 남아 있는 세계 최초의 포장도로다. 로마인들은 도로를 직선으로 내야 한다는 생각을 이미 가졌다고 한다. 그 길을 통해 군대와 물자 이동뿐 아니라 사상·예술·철학·종교 전파까지 이뤄졌다. 로마의 길은 직선이고 연결이며 권력이었다.

도로는 인류 역사와 함께하며 문명 발전의 기반을 이뤘다. 사람·물자 운송과 지식·문화 전파에 그치지 않고 교류와 소통을 촉진하는 매개체다. 미래의 도로는 빅데이터·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기술이 접목된 ‘스마트 도로’로 변모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차가 달리면서 충전하고, 교통량과 신호 정보 등을 실시간으로 주고받으며 최적의 경로를 안내해주는 도로가 머지않았다. 돌발 사고 예방 정보를 전달하는 지능형 교통시스템이 구축되고 미세먼지 등 오염물질을 자가분해 기술로 감소시키는 친환경도로도 추진된다.

7월7일은 도로의날이다. 1970년 경부고속도로 개통일을 기념한 것이다. 한국 도로의 대표 격인 경부고속도로가 건설된 지 50년이 지났다. 이제는 서울~부산을 오갈 때 경부고속도로를 타는 구간이 적다. 빠르고 새로운 길이 많아져서다. 지금도 혈관처럼 퍼져 있는 도로가 더 뻗을 데가 있을까 싶지만 새 길은 끊임없이 나올 것이다. 오가는 사람이 하나둘씩 생기면 언젠가 길이 되기 마련이므로. 길은 소통이다.

<차준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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