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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을 민주화·통일·노동·민중 운동에 헌신한 고 백기완 선생의 1주기를 앞두고 8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백기완 노나메기재단’ 출범과 1주기 추모 행사를 알리는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우철훈 선임기자

벗나래(세상), 바랄(꿈이나 희망), 새뚝이(기존 장벽을 허물고 새 장을 여는 사람), 불쌈꾼(혁명가)…. 한국 현대사에서 ‘거리의 투사’ ‘큰 어른’으로 불리는 백기완 선생(1932~2021)은 순우리말을 즐겨 썼다. 때묻지 않은 민중의 삶이 오롯이 녹아들어 있어서다. 민주화·노동·통일·민중 운동에 평생을 바친 그는 내로라하는 이야기꾼, 시인이기도 했다. ‘님을 위한 행진곡’의 가사도 그의 시 ‘묏비나리’가 모태가 아닌가.

실은 새내기·동아리·모꼬지·달동네 등도 그가 만들거나 찾아낸 우리말이다. ‘백기완의 우리말 사전’을 만들 만하다. 그런 그가 평생 가장 많이, 힘줘 외친 말은 무엇일까. “노나메기”가 아닐까 싶다. 노나메기는 ‘너도 일하고 나도 일하고 너도 잘 살고 나도 잘 살되, 올바로 잘 사는 그런 세상’을 뜻한다. 그의 삶과 정신을 상징하는 말이다.

백기완 선생 1주기(15일)를 앞두고 그와 뜻을 같이하는 동지와 제자들이 8일 ‘백기완 노나메기재단’을 창립했다. ‘백기완 정신과 사상을 널리 알려 노나메기 벗나래를 만들기 위해서’다. 노나메기재단은 우선 1주기를 맞아 추모 산문집 <백기완이 없는 거리에서> 출간, 추모전 ‘백기완을 사모하는 화가들’, 기금 마련 특별전 ‘기죽지 마라’ 등을 마련했다. 앞으로는 백기완 예술제·백기완기념관 운영 등 추모사업, 민주·민중 운동 지원과 남북 평화 교류·협력 등 연대사업, 연구·교육 사업 등을 펼친다. 특히 민주화·민중 운동의 산실인 한옥 건물 ‘통일문제연구소’(서울 대학로)는 ‘백기완기념관’으로 거듭날 예정이다. 통일문제연구소가 세워질 때처럼 수십만명의 후원을 받아 통일·민중 운동의 터전으로, 시민을 위한 공간으로 재탄생시킨다는 계획이다.

백기완 선생이, 그의 사자후 같은 일갈이 유독 그리워지는 요즘이다. 대선 한 달을 앞두고 후보들의 말이 쏟아지고, 대선판은 달궈졌지만 그 어디에서도 모두를 위한 노나메기 벗나래의 바랄을 찾아보기 힘들어서다. 그래서 그가 한살매(한평생) 매달려 온 노나메기 벗나래의 씨앗, 토대가 될 노나메기재단에 대한 기대가 어느 때보다 크다. 지금은 모두가 ‘올바로 잘 사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새뚝이가 돼야 할 때다.

도재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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