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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 전기공급이 중단된다면? 그 혼란과 피해는 상상조차 힘들다. 현대사회에서 전기는 우리 몸의 피와 같은 존재가 됐다. 그래서 대규모 정전사태를 뜻하는 대정전, 즉 ‘블랙아웃’(blackout)은 영화나 소설의 주요 소재다. 정전으로 인한 파장이 그만큼 크고, 서사는 풍부하다는 의미다.
대정전은 생각보다 현실과 아주 가깝게 있다. 폭염·혹한에 따른 일시적 수요 급증이나 공급 부족으로 벌어진다. 공급량이 충분해도 송전선로 훼손 등 여러 원인으로 일어날 수 있다. 2003년 8월 미국 동부 7개 주에서 벌어진 대정전은 유명하다. 3일 만에 복구됐지만 경제적 피해, 시민들의 불편은 돈으로 환산하기조차 힘들었다. 2009년 브라질, 2008년 영국에서 전면적·부분적 대정전이 발생했다. 한국도 2011년 9월15일 대정전 직전까지 갔다. 느닷없는 늦더위가 관계 당국의 방심한 틈을 찔렀다. 전국적 대정전을 막기 위해 일부 지역을 돌아가며 전기 공급을 중단하는 순환정전으로 위기를 넘겼다.
전력의 효율적 관리와 안정적 공급의 중요성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전력 수요반응(DR·Demand Response)’ 제도가 세계의 주목을 받는 이유다. 전력 DR은 전력시스템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전력 DR시장’에 참여한 기업 등 ‘수요자원’들이 당국의 요청에 따라 약정한 만큼의 수요를 줄이고, 위기 극복 후 수요 감축만큼 보상을 받는 것이다. 불볕더위로 전력 수요가 절정에 이르는 피크시간에 큰 효과를 발휘한다. 1년 중 몇 시간에 불과한 피크수요를 위해 새 발전소를 짓지 않게 하는 것이다. 효율적 전력 관리·사용을 위한 유용한 수단, 믿을 만한 효자인 셈이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한국은 2014년 전력 DR시장을 열었다. 7월 현재 DR 수요자원 기업은 5154개다. 아직 대기업 중심이지만 중소기업, 자영업자, 일반가정 등으로 확산 중이다. 글로벌 DR시장의 성장 전망도 밝다.
코로나19 사태 속에 일찍 찾아온 폭염이 전국을 달군다. 기상청은 20일부터 폭염이 더 세지겠다고 예보했다. 2018년과 같이 폭염 장기화를 낳는 ‘열돔 현상’ 가능성도 제기된다. 만반의 전력 수급대책이 필요하다. 어느 때보다 전력 DR의 큰 역할을 기대한다.
도재기 논설위원
오피니언 | 여적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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