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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직·기술직 뒤에 가장 많이 붙는 ‘사’자는 한자로 4개(士·師·事·使)가 있다. 선비 사(士)는 직업을 존중하는 뜻으로 가장 널리 쓰인다. 학위(학사·박사), 기술직(운전사·조종사·항해사·속기사·촬영사), 면허전문직(변호사·변리사·법무사·공인중개사·검안사·감정사), 보통 특정 분야 뒤에 붙는 상담사·지도사, 힘이 센 역사나 군사, 학예사·악사·바둑기사에도 사(士)자가 붙는다.
검사·판사는 일 사(事)를 쓴다. 조선시대 중죄인을 신문한 의금부도사도 이 글자를 썼다. 변호사(士)를 빼고 죄를 다루는 공공 영역엔 두루 일 사를 쓴 셈이다. 외교관 중 영사와 도지사, 집안일을 돌보거나 교회 직분인 집사도 사(事)자가 붙는다. 보낼 사(使)는 외교관인 대사·공사, 현재 도지사 격인 조선시대 관찰사, 이순신 장군도 맡은 삼도수군통제사까지 파견직 벼슬아치에 붙인다. 연산군 때 조정에서 예쁜 여자를 뽑으려고 전국에 보낸 채홍사도 사(使)자를 썼다.
교사·강사에 쓰는 스승 사(師)는 오랜 수련을 거치거나 전문적인 일에 주로 쓰인다. 국어사전에 침술사(師)는 ‘침술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 침술사(士)는 ‘침 놓는 자격증을 딴 사람’으로 분류돼 있다. 요리사·제방사·세공사·조율사에 스승 사가 붙고, 안마사와 함께 세신사도 사(師)자를 쓴다. 칼 쓰는 검사(劍士)와 활 쏘는 궁사(弓師)의 한자를 달리한 것도 흥미롭다. 그리고 사(師)자를 붙이는 게 의사·수의사·약사, 목사와 전도사이다.
고교 시절 윤리선생님이 ‘왜 의사·목사에게 스승 사자를 붙이는지’ 묻고, ‘생명을 다루고 공동체를 이끌어주는 사람들이어서’라고 풀이했다. 의사는 신체의 생명을, 목사는 영혼의 생명을 지켜준다고 했다. 객관적 근거가 있는지 더 묻지 않았지만 고개가 끄덕여졌다. 병원에 가서 ‘의사선생님’이라고 부를 때였다. 그랬던 스승 사자 기억이 바랜 것은 코로나19 난리 속에 “바이러스 테러를 당했다”는 전광훈 목사나 방역당국에 거짓말하고 대면예배만 고집하는 여러 목사들을 보면서다. ‘환자의 건강과 생명을 첫째로 생각하겠노라’는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도외시하고 장기파업 중인 의사들도 마찬가지다. 공동체를 흔드는 두 스승 사자 직업의 일탈이 씁쓸하다.
<이기수 논설위원 k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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