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우리 주변에서는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 ‘여자 팔자는 뒤웅박 팔자다’ 등의 얘기나 ‘여자가 뭘…’ 하는 식의 표현, 즉 여성을 비하·차별하는 말이 많이 쓰인다. 하루바삐 바로잡아야 할 언어 습관이다. “처음으로 지었거나 발표한 작품”을 ‘처녀작’이라 하고, “사람이 손을 대지 아니한 자연 그대로의 산림”을 ‘처녀림’이라 하는 등 일상의 일에 여성성을 갖다 붙이는 일도 흔하다. 하지만 ‘처녀작’은 ‘첫 작품’으로, ‘처녀림’은 ‘원시림’으로 쓰면 족하다.
‘저출산’과 ‘유모차’ 같은 말도 한 번쯤 골똘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출산’은 “여자가 아이를 낳음”을 뜻한다. 따라서 ‘저출산’이라고 하면 인구감소 문제의 책임이 마치 여성에게 있는 것처럼 들린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인구감소는 사회문제다. 여성들이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이 원인이 아니라 사회의 변화 등 다양한 원인으로 태어나는 아이의 수가 줄고 있는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저출산’은 ‘저출생’으로 쓰는 게 상식적이다. ‘유모차(乳母車)’ 또한 마치 엄마만 사용한다는 인식을 주기 쉬우므로 ‘유아차(幼兒車)’로 대체하는 것이 합당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게 요즘의 언어 흐름이다.
한편 ‘여교수’ ‘여검사’ 등처럼 어떤 직업에 ‘여’를 붙이는 것이 남녀차별의 대표적 사례라는 얘기도 있는데, 이는 좀 생각해볼 여지가 많은 주장이다. 예를 들어 “그 과에 여교수님은 몇 분이야?” “강력부 최초의 여검사가 누구지?” 등은 비하·차별의 표현이 아니다. 특히 이들 표현에서 ‘여’를 빼면 문장의 의미가 확 바뀐다. 이런 표현 속의 ‘여’는 ‘차별’이 아닌 ‘구별’의 용법으로 쓰인 것이다. 즉 어떤 직업에 ‘여’자를 붙인 것을 두고 ‘무조건’ 여성비하 또는 남녀차별로 봐서는 곤란하다. 내일(3월8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여성의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