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이 시구(詩句)의 ‘맨드라미’는 아주 이상하다. 닭의 볏처럼 생긴 꽃을 피워 계관화(鷄冠花)로도 불리는 맨드라미는 봄하고 전혀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이 꽃은 한여름에 핀다. 게다가 관상용으로 키우는 꽃으로, 우리네 들판에서 쉬 볼 수도 없다. 이 때문에 학자들은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속의 맨드라미를 ‘민들레의 경상도 사투리’로 본다. 시에는 ‘고맙게 잘 자란 보리밭’과 ‘마른논을 안고 도는 착한 도랑’이라는 구절도 나오는데, 봄볕 아래로 보리밭 가는 길과 도랑 근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민들레다. 전라도에서도 민들레를 ‘맨드라미’와 비슷한 ‘미느라미’로 부른다.
민들레는 참 흔한 꽃이다. 옛날 이맘때면 이 집 저 집 ‘대문 둘레’에도 뿌리를 내렸을 터다. 그래서 민들레의 또 다른 이름이 ‘문둘레’다. ‘문둘레’는 국립국어원 ‘우리말샘’에 “민들레의 평안·함남·황해 방언”으로 올라 있다. 민들레를 ‘문둘레가 변한 말’로 보기도 한다.
이런 민들레를 늘 따라다니는 말이 있다. ‘홀씨’다. 가수 박미경씨가 부른 ‘민들레 홀씨 되어’ 때문인데, 정작 민들레와 홀씨는 눈곱만큼도 관련이 없다. 민들레꽃이 진 뒤에 생기는 ‘하얀 털 뭉치’는 홀씨가 아니다. 홀씨를 한자말로는 ‘포자(胞子)’라고 하며, 이끼·곰팡이·버섯 등 꽃이 피지 않는 식물들이 포자로 번식한다.
그러나 민들레는 꽃이 피는 식물로, 당연히 씨앗으로 번식한다. 하얀 털 뭉치가 바로 씨앗들이 엉켜 있는 것이다. 이를 가리키는 바른말은 ‘상투털’과 ‘갓털’이다. 북한에서는 ‘우산털’로도 부른다. 다만 노래 제목을 ‘민들레 상투털(갓털) 되어’로 하기는 좀 그렇다.
엄민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