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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칼럼

[인생+]50플러스 인턴

opinionX 2022. 4. 8. 11:19

15년 전쯤 우연히 ‘앙코르 펠로십’ 프로그램을 알게 되었다. 미국 사회혁신 기관인 앙코르닷 오르그(Encore.org)에서 IBM, 인텔과 파트너십을 맺고, 퇴직(예정)자들이 비영리기관, 사회적기업에서 일정 기간 업무를 경험한 후 자연스럽게 이직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젝트였다. 국내 중장년 사업 모델이 전무했던 당시 나는 마치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발견한 것처럼 흥분됐다. 이후 국내 기업 두세 곳에 제안을 했지만, 성사되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 국내에서도 ‘인턴십’이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모델이 확산 중이다.

‘인턴’ 하면 대다수가 영화 <인턴>을 떠올리며 낭만적 상상을 하지만, 사실 국내 중장년 인턴십은 절박한 현실에서 출발했다. 50세 전후로 세계에서 가장 빠른 퇴직을 하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다른 분야로의 이직은 어찌 보면 생존과 직결된 문제다. 하지만 낯선 조직문화, 소통, 일하는 방식의 차이 등 장벽이 존재하기 때문에, 기업과 당사자 모두에게 일종의 디딤돌이 필요했다. ‘서울50플러스인턴십’은 지난 3년간 800여명이 400여곳의 중소기업, 사회적기업에서 인턴으로 일한 후 이 중 약 50%가 관련 일자리로 연계되었고, 최근에는 지역상생, 공공 분야로 영역이 확장되었다.

“예의를 갖춘 적극적인 태도는 나이와 관계없이 모든 이들에게 호감을 줄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소기업 상품에 애정이 생겼다. 처음엔 그저 다시 일할 수 있는 기회라고만 생각했는데, 다양한 교육과 경험, 사람들을 만나면서 이런 과정 자체가 제2의 인생을 설계하는 전환점이 되었다.” 서울시 50+포털에서 참여자의 후기를 보며 인턴십이 일자리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아 진한 여운이 남았다.

‘하버드 비즈니스리뷰(2022년)’에 따르면 지금 인류는 처음으로 다섯 세대(산업화세대, 베이비부머, X세대, 밀레니얼세대, Z세대)가 한 공간에서 일하는 현실을 마주하고 있는데, 세대 간 상호 이해 부족으로 긴장감이 높은 편이라고 했다. 그리고 많은 조직에서 이런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부족하다고 일침을 가하며, 다양한 세대가 함께 일하는 문화가 얼마나 효과적 결과를 만들 수 있는지를 설명했다. 이런 점에서 나는 중장년 인턴십이 세대 간 편견을 조금이나마 해소하고 연령 다양성의 힘을 보여줄 수 있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성공의 경험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직무의 미스매치, 소통의 어려움 등 난관은 여전하다. “너무 경직되어 있다. 어깨에 힘을 빼야 한다. 자기 완결적으로 일처리를 해야 한다.” 중장년과 오랫동안 일한 젊은 대표의 따끔한 일침도 또렷하다. 한편으로는 필요 이상으로 너무 조심하고, 빨리 적응하고,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으로 힘들어하는 중장년층의 고백도 짠하다.

최근 쏟아지는 청년 정책에 비해 중장년 이슈는 상대적으로 묻힌 것 같아 안타까웠다. 그러나 부모세대인 50플러스가 든든하게 버텨줘야 청년들에게도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기에, 정부나 기업에서도 50플러스에 관심을 가지고 실효성 높은 정책과 프로그램들이 더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영화 <인턴>의 로버트 드니로의 명대사를 기억하자. “경험은 결코 늙지 않아요!”

남경아 서울시50플러스재단 일자리사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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