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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칼럼

[인생+]담대하게, 오십

opinionX 2021. 8. 26. 09:57

30대 중반에 처음 중장년층 프로젝트를 맡았다. 다양한 경력의 퇴직(예정)자, 은퇴자를 상담하고 교육하는 일은 버거웠고 그들의 희로애락을 공감하기는 쉽지 않았다. 새로운 사업 모델을 만든다는 사명감으로 버텼던 것 같다. 하지만 이제 중장년층 이슈는 곧 나의 현실이 되었고, 시간의 두께만큼 공감, 애정, 연민, 안타까움 등 복잡 미묘한 감정이 쌓였다. 그사이 우리 사회 중장년 정책은 빠르게 진일보 중이고, 신중년, 50플러스, 욜드(YOLD)와 같이 다양한 신조어도 탄생했다.

나는 5060 중장년층을 바라보는 모순된 시선을 느낄 때가 종종 있다. 먼저 중년기를 청년기의 연속으로 인식, 여전히 젊고 건강하고 능력 있음을 앞세워 중년 본연의 문제를 외면하는 것이다. 혹은 새롭게 등장한 중년의 특성을 배제한 채 기존 노인의 시선과 정책의 연장선으로 퉁 치려는 것이다. 모두 새로운 중년에 대한 정체성, 중년 인문학 부재의 결과다.

반백년에 해당하는 5060 시기는 삶의 목적, 일, 관계 등을 재구성하는 ‘생애전환기’에 해당한다. 현재 50플러스 세대는 ‘전환’을 준비하는 최초의 세대이기도 하다. 나는 생애전환기를 ‘셀프 구조조정’ 시기라고 생각한다. 구조조정의 시작은 ‘덜어내는 것’부터다. 덜어내야 채울 공간이 생기기 때문이다. 50 이후의 삶에 무엇을 빼고, 더할지는 내 노년의 삶에 필요한 게 뭐냐는 질문과 연결되기 때문에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이런 것들을 먼저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먼저 뱃살, 콜레스테롤같이 건강을 위협하는 수치들을 줄이는 건 필수다. 자주 쓰지 않는 물건, 취미, 인간관계를 정리할수록 삶은 깔끔해진다. 자식들에게 하나라도 더 해줘야 한다는 의무감도 조금 덜어내야 한다. 나이 들수록 집, 자동차같이 사이즈를 줄일 수 있는 것은 줄여야 관리도 쉽고 노후 자금 운용에도 유리하다. 흔히 ‘어깨에 힘 빼기’를 말하는데, 이거야말로 하루아침에 되는 일이 아니지만, 최소한 말만 줄여도 반은 성공한 것 아닐까 싶다.

먹고 자고 입는 등의 일상생활에 필요한 간단한 기술은 채워야 한다. 소소한 용돈을 벌 수 있는 나만의 부업 스킬을 익혀두는 것은 노년에 매우 든든한 자산이 될 것이다. 가족, 지인 관계를 돌아보고 부족하다면 지금부터 정성을 들여야 한다. 외로움, 고독함은 그 어떤 사람도 예외일 수 없다. 가끔은 혼자만의 시간도 잘 보낼 수 있는 무기를 하나씩은 준비해야 한다.

최근 MZ세대 이주윤 작가의 글이 회자되었는데 흥미로운 점이 있었다. ‘닮고 싶지 않은 노인’의 모습은 배우자 험담하기, 주말에 등산 강요하기와 같이 모두 ‘말’과 관련된 것이고, ‘닮고 싶은 모습’은 꾸준히 운동하기, 책 가까이하기처럼 소소하게 뭔가를 실천하는 모습이었다. 청년의 시선을 통해 잘 나이 들어간다는 게 무엇인지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어찌 보면 50플러스는 인생의 정점을 찍고 내려가는 단계라 할 수 있다. 서글퍼할 필요 없다. 어떻게 안전하게 잘 내려오고 내려와서 재미있게 살 수 있을지 지금부터 준비하면 된다. 몸과 마음, 사회적 지위 변화를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심플하게 단순하게 힘 빼며 사는 연습이 필요한 50플러스 세대를 응원한다. 담대하게 오십!

남경아 서울시50플러스재단 일자리사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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