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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옵티머스 사건이 뜨겁다. 규모도 크고 피해자도 많다. 게다가 여야 정치인 이름까지 나오니 관전자의 흥미도 쏠쏠하다. 그러나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고 제대로 된 사후처리 및 재발 방지대책을 진지하게 모색하는 논의는 드물다.

우선 섣불리 이 사건의 성격을 규정해서는 안 된다. 요새 권력 주변을 배회하는 사람들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다. “이들 사건은 금융사기이지 권력형 비리가 아니다.” “라임은 처음에는 괜찮았는데 나중에 사고가 터진 것이고 옵티머스는 처음부터 사기였다.” 이는 사실이 아니거나 사실인지 아닌지 그 진위가 정확히 확인되지 않은 말들이다. 따라서 사건을 이렇게 한쪽으로 몰아가려는 시도는 철저하게 경계해야 한다.

첫째, 가장 명확한 것부터 살펴보자. 사모펀드 규제완화는 2015년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공식화되었다. 잘못된 일이다. 이걸 누가 했나? 금융위원회가 했다(많은 사람들이 금융위원회, 즉 모피아와 금융감독원을 구별하지 못한다. 규제완화 잘못은 모피아 즉 금융위원회 관료들이 앞장선 것이다). 문제가 터진 뒤 제도개선도 안 했다. 따라서 이에 대한 대책이 있어야 한다.

둘째, 우리 사회가 사모펀드에 대한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 누구나 돈 좀 있으면 가입할 수 있는 펀드로 생각한다면 규제해야 하고 그 투자자는 보호해야 한다. 반대로 규제를 걷고 투자자가 자기책임으로 투자하도록 한다면 그 자격을 제한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어정쩡한 태도를 보인다. 사모펀드는 왜 감독을 안 했느냐고 따지면서 규제는 완화하라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만일 둘 중 하나를 선택한다면 어떤 것이 좋을까? 나는 후자가 더 낫다고 본다. 투자자격을 제한하고 자기책임으로 문제를 해결하라고 하되, 규제의 틀에서는 빼주는 것이다. 그러면 사모펀드의 규모는 약간 제한될 수 있으나 ‘사모펀드다운 사모펀드’가 정착할 수 있다. 전자를 선택해서 보호와 규제를 한다면 그건 사실상 공모펀드가 되고 결국 사모펀드는 설 땅을 잃게 될 것이다.

셋째, 법원에 의한 분쟁처리 능력을 제고해야 한다. 법원이 무능하거나 부패하면 분쟁을 해결할 수 없다. 사모펀드 시장이 제대로 정착하려면 수많은 민형사 소송에서 법원이 손해를 끼친 자에게는 충분한 배상 명령을, 감독법규나 형사법령을 위반한 자에게는 충분한 처벌과 범죄수익 환수를 명령할 능력과 용의가 있어야 한다. 우리 법원에서는 이게 안 된다. 증거조사, 감정평가, 입증책임 등 모든 고비마다 장애물들이 존재한다. 범죄수익 환수도 안 되고 있다. 이것이 단순히 입법 미비나 판사의 능력부족 때문만은 아니다.

그럼 구체적으로 어떤 대책이 필요할까?

첫째, 사모펀드 투자자격을 5억원으로 회귀하거나 심지어는 10억원으로 상향해야 한다. 그 수준을 어디로 정할 것인가는 선택의 문제다. 중요한 것은 투자자격을 대폭 제한해서 소위 ‘선수’들만 입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들은 자기 책임하에서 투자하고 분쟁도 해결한다.

둘째, 사모펀드는 금융기관이 ‘판매’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사모펀드 투자기회는 자본시장 내부의 사적 네트워크에 따라 ‘투자권유’를 통해 추구하도록 해야 한다. 자산을 운용할 펀드매니저의 평판에 따라 거대 기관투자가들이 돈을 주기도 하고 걷어가게도 하도록 해야 이 시장이 돌아갈 수 있다. 슈퍼마켓에서 기성품 팔 듯이 금융기관이 일반 대중에게 판매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

셋째, 감독기구는 원칙적으로 사후처리에 집중한다. 사고 펀드는 가교 금융사에 이전하고, 문제가 된 자산운용사는 징계하고 인가를 취소한다. 현재 사고 펀드를 가교 금융사에 이전시키거나, 사고 펀드에 관리인을 내려보내는 것은 법률적 근거가 없다. 이를 보완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이 필수적이다.

넷째, 가장 근본적으론 금융위원회를 해체해야 한다. 이 문제의 총본산이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규제완화를 통해 라임·옵티머스의 씨앗을 뿌렸다. 이번만 그런 잘못을 범한 게 아니기에 해체해야 마땅하다. 금융부를 신설하자는 말도 슬금슬금 나오는데 이것은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것이 아니라 소를 두 번 잃어버리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제2의 라임·옵티머스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제도 개선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정치권이 모피아를 이용해서 감언이설로 국민을 현혹시키려는 헛된 꿈을 버려야 한다. 바로 그곳에 모피아가 기생하기 때문이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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