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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락한 휴식과 즐거운 경험의 대부분은 시장에서의 서비스 구매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그런 현실을 지탱해가기 위해 누군가는 서비스 제공자로 나서야만 한다.

부모들 중에는 이런 서비스 제공자들이 적지 않다. 배달업에 종사하는 한 아이의 아버지는 늦은 오후에 일을 시작해서 밤이 깊어 일을 마친다. 식당에서 주방 일을 돕는 또 다른 아이의 어머니는 주말에도 일을 나가야 한다. 모두 ‘돈과 시간의 이중 빈곤’ 속에 갇혀 아이들을 돌볼 시간을 생계와 맞바꾸고 있는 셈이다. 부모님들의 사망이나 가출로 아이들이 연로하고 병약한 조부모님들의 품을 찾을 때, 그 아이들은 조부모님들의 가슴앓이가 된다. 이런 아이들 중에는 발달 장애를 겪고 있는 경우도 적지 않아 돌보는 일은 훨씬 더 고된 일이 된다. 한참 나이에도 대소변을 못 가리는 경우도 많고, 또래관계가 원만하지 않으니 하루 종일 노심초사하며 돌봐야 한다.

지역아동센터에서의 토요일 돌봄은 이런 아이들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툭하면 휴대폰만 쳐다보며 시간을 보내려 하는 아이들을 조금이라도 더 걷게 하고, 더 놀게 하고, 또 세상에는 재미있는 다른 일들도 많다는 것을 알려주는 데 토요일 돌봄이 적극 활용된다.

그러나 토요일 돌봄은 온전히 아이들을 위한 선물만은 아니다. 주중에 직장에서 하루 종일 시달리고, 주말에도 집안 일로 정신없이 바쁜 부모님들에게도 토요일 돌봄은 꿀단지 같은 휴식의 틈을 드린다. 그리고 아이들의 조부모님들께서 조금이라도 더 오래 그 아이들의 곁에 계실 수 있도록 그 몸과 마음을 아껴드리고 싶은 마음에 하는 일이 바로 토요일 돌봄이다.

그러나 토요일 돌봄에는 지역아동센터를 이용하는 모든 아이들이 오지는 않는다. 주중에는 식구라고 해도 잠잘 때 겨우 얼굴 한 번 보는 정도에 그치고 마니, 주말에라도 서로 살 비비며 애틋한 정을 나누고 싶어 하는 가족들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돌보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주말을 보낼 수 있는 가족들의 처지가 감사한 것이 사실이다. 좋은 마음에서 시작한 일이 틀림없지만, 토요일 돌봄을 1년 넘게 혼자 감당하다보니 이제는 역부족이란 생각이 절로 들기에 하는 말이다.

보건복지부는 지역아동센터에 토요일 돌봄을 시행하도록 하면서 월 예산 30만4000원을 지원하고 있다. 이는 토요일 근무에 따른 최저임금의 1.5배액을 주당 4시간씩 월 20시간 근무했을 때 요구되는 비용을 약간 초과하는 수준이다. 이 중 10%, 즉 월 3만400원은 기본적으로 아동들을 위한 직접 사업비로 집행하도록 하고 있는 보조금 집행 비율을 맞추기 위한 금액인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부모님들에게 드린 선물의 실체는 실은 이와 같다. 토요일 4시간의 최저임금을 받는 인력 1명과 월 3만400원의 아동들의 활동비다. 1인당이 아니라 몇명이 나오든 아이들 모두가 함께 써야 하는 금액으로, 이는 지역아동센터의 일반적인 운영 구조를 토요 돌봄을 중심으로 확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정부의 서비스 계산법은 참 지독하다.

<성태숙 구로파랑새나눔터지역아동센터 시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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