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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는 현대문명의 취약성과 모순을 그대로 보여주었습니다. 발전과 부의 상징이었던 대도시와 해외여행은 바이러스 온상이 됐습니다. 빠르지만, 기울어진 경제발전에 소외된 이들의 취약함도 고스란히 드러났죠. 각 나라의 문제도 수면 위로 올라왔습니다. 미국은 시장 위주의 의료체계가 얼마나 허약한지 직면했습니다. 거짓말과 미움으로 나라를 이끈 대통령의 위험도 실감했죠.
바이러스가 보여준 한국 문제 중 하나는 교회입니다. 전광훈 목사와 사랑제일교회는 기도로 치료가 된다, 8·15 집회로 적화통일을 막아야 한다, 야외에선 바이러스 전파가 안 된다 등 뻔한 거짓말로 사람들을 선동했습니다. 그 탓에 코로나19는 무심히 그리고 무섭게 전국으로 퍼졌죠. 전광훈 목사 일당은 치료를 회피하고 방역 노력을 방해했습니다. 자기들 잘못을 수습하느라 진땀 흘리는 당국을 오히려 공격하고 있죠. 바이러스 테러 등 가짜뉴스도 열심히 퍼뜨리고 있습니다. 자기 믿음과 목사님의 미소를 위해서라면 사회 전체의 안녕은 아랑곳하지 않는 행태, 이게 사랑제일교회만의 문제일까요. 지난 주말 마녀사냥 말라며 부산 교회 270여곳이 대면예배를 강행했습니다. 왜 유독 교회에서만 이런 일이 되풀이될까요.
교회 지도자들은 늘 말합니다. 하나님 믿어야 좋은 일이 생긴다. 신자의 성공담을 하나님의 증거라며 늘어놓습니다. 하나님 믿고 직장이 생겼다는 식이죠. 이 인과관계가 말이 되려면 믿는 사람들에게 나쁜 일은 없어야 합니다(아니면 좋은 일이 하나님의 증거가 아니든지요). 하지만 나쁜 일은 일어납니다. 신자들은 의심하죠. 믿는데 왜? 교회에는 이미 대응 매뉴얼이 있습니다. 시련을 통해 더 좋은 미래를 예비해준다, 이 또한 신의 은총이라 합니다. 취직이 안 돼도 믿음을 지키면 더 좋은 데가 된다는 식이죠(이것도 안 되면 신은 우리가 알 수 없는 방법을 쓴다고 합니다). 사탕을 먹으면 입이 달고, 사탕을 먹으면 입이 쓰다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그 사탕은 아무 맛도 안 나는 겁니다. 그냥 다른 이유로 입이 달거나 쓴 것이죠. 믿어도 좋은 일, 나쁜 일 다 일어나는 것은 믿음과 행복이 불행히도 무관함을 보여줍니다. 즉 믿음으로 그린 세상은 주관적 상상인 겁니다. 세상에서 어떤 식으로도 증명할 수 없습니다. 믿음에 만족하면 좋으련만 교회 지도자들은 부를 모으고 권력을 좇습니다.
교회 밖의 문제도 큽니다. 미군정 지배, 한국전쟁 등 현대사 비극 때문에 우리는 교회 문제를 직시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는 사이 교회는 정치 집단으로, 거대 기업으로 성장했죠. 세금은 내지 않고 세습은 반복됐습니다. 정부도, 국회도 교회의 포효에 꼬리를 내리기 일쑤입니다. 종교인 과세가 논란이 되는 것 자체, 그리고 아직도 각종 특혜가 주어지는 것은 한 예입니다. 종교 집회라는 가면만 쓰면 난장판을 쳐도 괜찮은 것 또한 마찬가지죠. 교회가 특별한 곳이라는 통념 자체도 문제입니다. 결국 사회 전체가 괴물을 키운 셈입니다.
전광훈 목사 등은 헌법의 종교의 자유를 외칩니다. 헌법 20조 1항은 “모든 국민은 종교의 자유를 가진다”며 교회든 절이든 내 맘대로 갈 개인의 자유를 명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종교의 이름으로 패악질할 권리를 주지 않았죠. 게다가 이들은 2항은 무시합니다. “국교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 하나님의 나라를 만들자며 공공연하게 선거운동을 하고 정당을 만듭니다. 이들은 사회가 준 자유를 악용해, 거짓과 선동으로 사회 위에 군림하려 하고, 이제 사회 구성원의 안녕마저 위협하고 있습니다. 이번은 코로나19 대유행이었지만 다음에는 또 어떤 패악질로 나라를 흔들지 모릅니다.
한국의 뿌리 깊은 이 문제를 언제까지 쉬쉬하고 넘어가야 할까요. 교회가 제자리를 찾아가든지, 지금의 자리에 맞는 대응을 해야만 합니다.
<남태현 미국 솔즈베리대 정치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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