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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집권 시기는 미국의 자유주의, 공화주의 그리고 캘빈주의 등이 학살된 ‘미국 역사의 홀로코스트’이다. 트럼프는 미시간, 위스콘신, 펜실베이니아 등 러스트 벨트에 거주하는 백인 노동자 유권자들을 의식한 반(反)국제주의자에다 거친 언사와 거짓말을 손바닥 뒤집듯이 해온 ‘아웃라이어 대통령’이다. 지난 대선에서 당선되지 않았으면 북한과 “매우 심한 전쟁”이 있었을 것이라면서 자신만이 한반도 평화의 해결사인 양 너스레를 부린다. 그렇다고 트럼프의 전쟁 후과(後果) 발언을 허투루 여길 수만도 없다. 트럼프가 재선에 안착한다면 초미의 관심사는 한반도정책이 어떻게 짜일 것인가이다. 나은 수를 두기 위해 복기(復碁)는 필수적이다.

2017년 트럼프가 북핵 실험과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트위터 등을 통해 날린 단어들은 위협적이었다. 트럼프의 협박이 엄포는 아니었으며, 트럼프의 불확실성과 충동적 언행으로 북·미 간 예기치 않은 무력 충돌로도 치달을 수 있었다는 근거 있는 주장이 실제 제기되곤 했다. 반대로 핵 버튼 크기 발언처럼 트럼프의 반복된 위협적 언사에 큰 의미를 안 두는 ‘한계효용체감’ 현상이 생겨나기도 했다. 극단적 전망과 분석은 미디어와 여론의 교호성(交互性)이 외교정책에까지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미국 내 미디어의 양극화와도 관련이 있다.

학자들의 견해도 갈린다. 로버트 저비스가 북한과 미국이 각자 정권의 보위와 지역 질서의 안정을 목적으로 군사력을 증강하고 배치하는 것이 서로 안보 불안을 증가시킨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음에 반해, 제임스 피어런은 저비스의 안보 딜레마 접근법을 비판하면서 미국이 실제로 북한 정권 교체라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면 북한의 대응은 오해가 아닌 사실에 기반을 둔 것이라고 주장한다. 북·미 간 신뢰가 형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상대방 의도를 두고 올바르게 해석하기란 쉽지 않다. 더군다나 누가 먼저 양보할 것인가를 두고 기싸움이 치열한 상태에서 일거에 비핵화를 달성하겠다는 ‘고위험-고보상’의 하향식 협상은 애당초 비효율적 접근법이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한편 레이건부터 트럼프까지 대선 승자를 족집게처럼 맞힌 앨런 릭트먼 교수의 트럼프 재선 실패 예견과는 달리 트럼프가 오는 11월 선거에서 일대 반전을 이룬다면 미국 역사에 새로운 기록을 남기게 된다. 서정건 교수의 자료에 따르면, 1993년부터 8년간 클린턴에서, 2001년부터 8년간 (아들)부시, 2009년부터 8년간 오바마에 이르기까지 현직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 사례가 연거푸 세 차례나 이루어진 경우는 오직 한 번의 전례가 있다. 1801년부터 1825년까지 24년간 ‘버지니아 왕조’라고 불린 제퍼슨, 매디슨, 먼로가 3회 연속 재선에 성공한 현직 대통령들이었다.

기록은 그러나 깨지지 않을 것이다. 민주당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의 돌풍과, 무엇보다 트럼프의 오랜 개인 변호사이자 해결사였던 마이클 코언이 출간할 회고록 내용이 심상치 않다. 그래서일까, 트럼프가 선거에 흠집을 낼 것이라는 소문이 퍼져가고 있다. 갖은 음모론을 퍼뜨리면서 이번 선거를 무력화시키거나, 패배 후 방송출연 등을 통해 선거를 도둑질당했다는 낭설을 늘어놓으면서 미국을 분열시킬 거라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북한 비핵화를 위해 트럼프만 바라봤던 문재인 정부의 구애 시간도 끝나가고 있다. 하지만 비핵화는 여전히 한·미 동맹의 문제, 미·중관계의 문제, 한·중·일관계의 문제와도 톱니바퀴처럼 꽉 물려있어 해결이 쉽지 않다. 여하튼 ‘바이든 행정부’가 등장할 경우 국제질서가 예측 가능하고 안정화될 수는 있을 것이다. 미국 리더십의 변화가 동북아 정세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한반도 안정 측면에서 다각도로 대비할 때다.

<이병철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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