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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연어가 먼바다로 떠나가는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눈물짓는 어미,

그 물이 1급수인 것은 어미가 흘린 눈물 때문이다

새끼들이 동해를 지나 태평양을 건너 알래스카까지 갔다가

목숨을 걸고 다시 고향으로 돌아오는 것은 어미의 눈물이 그리워서다

이종섶(1963~)

이별은 슬프다. 자식과의 이별은 더 슬프다. 그것이 영영 이별이라면 흘리는 눈물은 피눈물이다. 가다가 한 번쯤 뒤돌아보는 것은 낯선 세상에 대한 두려움과 나를 좀 붙잡아달라는 복잡한 심경이다.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그 자리에 붙박여 손을 흔드는 것은 사랑이다. 모질고도 가없는 모성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연어는 “동해를 지나 태평양을 건너 알래스카”에 이르는 동안 성체가 된다. 다시 “목숨을 걸고” 모천을 찾는 것은 그 자리에서 어미가 반갑게 맞아줄 것이란 희망 때문이다. 하지만 어미는 없고 1급수로 변한 어미의 눈물만이 기다리고 있다. 모천을 회귀한 연어도, 오래 객지를 떠돈 자식도 뒤늦게 깨닫는다. 사랑하는 이는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것을. 어미가 되고서야 비로소 어미의 마음을 헤아린다. 그리워 울다 1급수 물이 된다. 그렇게 생(生)은 또 이어진다.

<김정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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