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부문에서의 자회사는 공공기관이나 지방공기업이 출자한 기업을 말한다. 통상 100%(지방공기업) 또는 50% 이상(공기업) 출자를 통해서 자회사를 설립하고, 공동단체의 업무 일부를 위탁하거나 대행시키는 경우이다. 이러한 공공부문의 자회사는 모기관과의 관계에서 ‘출자’와 ‘계약’이라는 이중의 지배를 받게 된다. 먼저, 모기관은 자회사의 지배주주의 자격에서 자회사 임원을 임면(任免)하고, 이러한 임원을 통하여 자회사의 경영조직이나 보수체계 등을 실질적으로 통제한다. 동시에 모기관은 자회사와의 업무 위탁계약을 통하여 자회사 소속 근로자의 근로조건 등을 실질적으로 통제한다. 특히, 모기관과 자회사 간의 업무위탁계약이 수의계약의 방식으로 체결될 경우 계약조건에 관한 모기관의 지배력은 더욱 커지게 된다. 그럼에도 단지 자회사가 모기관과는 별도의 ‘법인격’을 갖는다는 점에 근거하여 자회사 소속 근로자에 대한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완벽하게 회피하고 있다.
하버드대에서 사회윤리학을 강의했던신학자인 하비 콕스는 <신이 된 시장>에서 법인, 즉 ‘시장’이 창조한 ‘인격’은 ‘변신’의 능력을 갖는다고 일갈했다. 법인은 불멸의 존재이지만 필요에 따라 다른 법인 기업으로 들어가는 식으로 간단히 몸을 숨길 수 있으며, 이 과정은 부분적으로 변신이지만 화신(化身)과도 기괴한 유사성이 있다고 말했다. 공공기관은 자회사의 설립을 통하여 자신이 담당해야 하는 업무를 자회사를 통하여 수행하도록 변신하였다.
자회사 설립을 통한 공공단체의 변신에 적절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공역무’라는 실체를 정면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공공부문 자회사가 수행하는 업무는 공역무의 성격이 강하다. 그렇다면 공공기관 자회사는 공공부문인가, 아니면 민간부문인가? 공공부문이라면 이러한 공역무를 영리법인인 주식회사의 형태로 수행하게 하는 것이 타당한가? 아니, 공공기관 자회사가 진정 ‘영리’ 법인인가? 자회사의 설립은 그저 공공기관 소속 근로자와 자회사 소속 근로자의 사용자의 법인격을 달리하여 이들을 서로 다른 집단으로 분절하고 근로조건을 ‘합법적으로 차별’하기 위한 수단에 불과한 것 아닌가? 그렇다면 자회사는 ‘차별’이라는 불법에 대한 규제를 회피하기 위한 외피(外皮)에 불과한 것 아닌가?
문제는 차별에만 그치지 않는다. 모회사는 본질적으로 자회사들에 대한 경영간섭 및 통제를 예정하고 있다. 모회사가 임원의 임면 등을 통하여 자회사의 경영에 일상적인 지배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모회사를 자회사 근로자에 대한 사용자로 긍정할 필요가 있다.
특히, 모회사가 자회사의 근로관계에 관하여 실질적 결정권을 보유하고 있고 실제로 그 산하의 자회사는 모회사의 결정을 집행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경우에는 모회사와 자회사 근로자 사이에 직접적인 근로계약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자회사 근로자들이 모회사에 대하여 아무런 노동법상의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고 보아서는 아니 될 것이다.
공공기관이 자회사의 법인격 뒤에 숨어 자회사 근로자를 차별하고 이들에 대한 사용자 책임을 외면하는 것은 회사제도를 남용하는 것에 불과하다. 적어도 인력공급형 자회사는 공공단체의 사용자책임 회피 이외에는 설립의 필요성을 찾기 어렵다. 어쩌자고 국가가 인력공급사업까지 직접 하겠다고 나서는 것인가? 거창하게 ‘모범적 사용자로서의 국가’를 운운하지 않더라도, 민간부문의 기업들이 근로자를 차별하고 노동법을 회피하기 위하여 ‘자회사’를 설립할 경우 국가가 이들에 대해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 따위를 말하면 너무 면구하지 않겠느냔 말이다.
권오성 성신여자대학교 법과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