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7조8000억원의 면세점 매출이 가능했던 것은 중국 보따리상인 다이궁 때문인데, 최근 중국은 코로나19 이후 면세소비 내수화를 위해 파격적인 정책을 도입했다. 2020년 8월 ‘하이난 관광객 면세쇼핑 정책공지’를 통해 면세한도를 10만위안(약 1800만원)으로 올렸고, 하이난 방문 중국인이 본토 복귀 후에도 전자거래로 면세품을 구입할 수 있게 했다. 중국 정부는 내수 교란, 세수 감소 등의 부작용보다는 규제 개선으로 상당한 내수 진작효과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2021년 하이난섬 면세점 이용객과 매출은 970만명, 602억위안(약 11조2800억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73%, 84% 올랐다. 이런 결과들은 중국을 면세매출 세계 1위로 만들었다.
이 시기 우리나라도 면세기업 특허수수료 인하, 공항 면세점 임대료 감면,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 해외 대량 구매요건 한시적 완화 등 각종 지원책을 펼쳤지만, 미래 면세산업 활성화 측면에서는 중국과 비교할 때 아쉬운 점이 있다. 이제 면세업은 산업 측면에서 비즈니스적 접근이 필요하다. 코로나19처럼 국제 이동이 힘든 시기에는 새로운 판매 채널이 필요한데, 해외 공항면세점 진출 시 수출 기업 같은 지원이나 면세품 역직구 비즈니스 활성화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또 하나 개선이 필요한 것은 구매력이 높은 우리 국민의 면세한도를 경제력에 맞게 올리는 것이다. 일본은 면세한도가 20만엔(약 200만원)인 데 반해 우리나라는 2014년에 정한 600달러(약 76만원)에 묶여 있다. 2020년 1인당 GDP는 일본보다 약 8500달러 낮지만 구매력은 4만3000달러로 일본(4만1000달러)보다 높다. 이런 실정에 맞게 면세한도를 2배 이상 높여 우리 국민의 구매 선택권을 넓혀줄 필요가 있다.
국내 면세시장에서 가장 큰 어려움에 처해 있는 인천공항 면세점 또한 코로나19 이후를 대비한 혁신과 변화가 필요하다. 디지털화로 세상이 급변하는 스마트 시대에 맞게 규제 완화를 통해 모바일 구매가 가능한 신규 비즈니스 개발로 흩어진 글로벌 면세 쇼핑객이 인천공항 면세점을 더욱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정부와 업계가 합심하여 우리 면세산업을 세계 1위로 복귀시키고, 인천공항 또한 공항면세점 1번지로 우뚝 서서 전 세계 관광객에게 사랑받는 날이 빨리 오기를 바란다.
변정우 경희대 호텔관광대학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