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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 회의를 통해 정부의 내년 최저임금 심의를 위한 민주노총의 최저임금 요구안을 확정했다. 민주노총의 최저임금 요구는 ‘노동자의 생계비’를 기준으로 최저임금이 결정되어야 한다며 월 225만원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최저임금 인상에도 불구하고 사업주의 불법적인 쪼개기 계약으로 인해 인상 효과를 누리지 못하는 초단시간(주 15시간 미만) 노동자에게도 주휴수당을 지급하고, ‘일자리안정자금’의 지원 대상과 금액 확대를 통해 영세자영업자의 경영 부담을 경감시키는 방안 등을 담고 있다.
민주노총 요구안이 배포된 직후 각종 매체에서는 인상률만을 부각하며,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현실성 없이 민주노총이 일방적으로 떼쓰기를 한다며 매도하고 있다. 하지만 정말 민주노총의 주장이 터무니없는가에 대해서는 아무런 근거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되묻고 싶다. 코로나19로 인한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가 무엇인지? 민주노총은 코로나19 위기 해결책으로 최저임금 인상을 제시한 것이다. 정부는 코로나19에 따른 불확실성 해소를 위해 수백조원의 자금을 투입하거나 투입할 계획을 밝히고 있다. 왜 그럴까? 답은 명확하다. 정부도 경기활성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시적인 정책자금 투입으로는 한계가 있다. 재정 투입의 효과를 즉각적으로 보기 위해서는 현금성 지원 또는 가계의 소득을 증대시켜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사례는 긴급재난지원금과 재난기본소득을 통해 확인했다. 그러나 일회성 지급에 따른 일시적 소득 증대는 지속적인 경기순환, 경제활성화로 이어질 수 없다. 최저임금 인상을 통한 소득 증대가 필수적인 상황이다.
현재 진행 중인 정부의 최저임금 심의는 2021년 최저임금을 결정하기 위한 협상 과정이다. 당장의 경제상황이 아니라, 향후의 상황을 대비하고, 저임금 노동자의 소득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를 핵심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또한 정부는 기업에 지원하고 있는 수백조원 중 일부를 저임금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는 영세자영업자에게 지원해야 한다. 그 방안으로 현행 ‘일자리안정자금’의 지원 대상과 금액을 확대하면 고용과 소득, 경기부양이라는 3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경영계가 말하는 ‘동결론’이다. 마치 코로나19 위기상황이 아니었다면 경영계가 최저임금 인상에 찬성했으리라는 얘기처럼 들린다. 과연 그랬을까? 2008년 적용 최저임금부터 2020년 최저임금까지 12년간 경영계가 최초 제시한 최저임금 인상률을 보면 2018년의 2.4% 인상을 빼고 매년 동결 내지 삭감안을 제시했다. 대선을 앞두고 모든 후보가 ‘최저임금 1만원’을 공약하고 나선 2017년의 사회 분위기를 감안해 2.4% 인상안을 제시한 것 이외에는 매년 동결 내지 삭감을 주장한 셈이다. 지금 상황과 비교한다면 과연 어떠한 명분이 있었는지 상관관계를 찾을 수 없다.
정말 경영계가 코로나19에 따른 경제위기 해소,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의 위기 극복을 외치려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선행조치를 실시하고, 영세자영업자와 중소기업, 노동자를 위한 책임 있는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
<윤택근 | 민주노총 부위원장 최저임금위 근로자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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