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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번째 ‘국제가사노동자의날’인 16일 국회 앞에 가사노동자들이 모였다. ‘노동자로서의 법적 권리와 생계를 보장해달라’는 외침이 이어졌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가사노동자 128명의 실태조사 결과도 공개됐다. 지난해 107만원이던 월수입은 4월에 66만5000원으로 38% 급감했고, 10명 중 7명은 지출을 줄이거나 대출로 버티고 있다고 했다. 소득감소 이유는 64%가 고객이 오지 말라거나 새 일감이 없어서라고 했다. 국제노동기구(ILO)가 2011년 100차 총회에서 채택한 ‘가사노동자를 위한 양질의 일자리 협약’도 한국에선 법적 토대가 없다. 가뜩이나 열악한 가사노동에 코로나19 고통이 중첩된 것이다. 

한국에서 청소·요리·세탁·돌봄 일을 하는 사람은 노동자가 아니다. 1953년 제정된 근로기준법 적용 범위(11조)에 ‘가사(家事) 사용인’은 제외한다는 단서가 붙으면서다. 법적 노동자가 아닌 가사노동자는 4대보험에 가입할 수 없어 실업급여·휴업수당이 없고 다쳐도 산재를 적용받지 못한다. 현금으로 받는 수입 감소를 증명하기 어려워 특수고용노동자에게 주는 코로나19 재난지원금도 받기 힘들다. 가사노동에 노동권을 부여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2010년 18대 국회에서 처음 발의된 뒤 19대·20대 국회에서도 5차례 발의됐지만 모두 논의가 겉돌다 폐기 처리됐다. 집에서 하는 일을 노동으로 보지 않는 전근대적 조항이 67년째 방치된 것이다. 

공식 통계가 없는 가사노동자는 2017년 정부가 25만명으로 추산했다. 지난해 한국고용정보원은 스마트폰 앱으로 지휘·통제받는 가사·육아 도우미를 8만~9만명으로 봤다. 맞벌이·고령 가구가 늘며 급증세인 가사노동도 벌점으로 압박받는 플랫폼노동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세계의 가사노동 권리 확대 캠페인에는 ‘우리를 돌보는 사람들을 돌보자’는 구호가 뒤따른다. 가사노동 존중이 양질의 서비스로 돌아올 수 있음을 일깨운 말이다. 21대 국회와 정부는 가사노동자 권리와 사회안전망을 뒷받침하는 입법을 서둘러 매듭짓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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