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수사권 조정 전에도 물론 지연되는 사건들이 있었다. 공모관계가 복잡한 사건이나 여러 명의 참고인이 잠적한 사건, 물증이 전혀 없는 사건 등은 수사도 재판도 오래 걸렸다. 그렇지만 수사권 조정으로 대부분의 수사 권한을 경찰이 가지게 된 지금처럼 수사 지연이 심각한 적은 없는 듯하다. 원래 형사 사건은 접수된 지 2개월 안에 처리되어야 하고, 6개월 이상 넘어가도록 처리가 되지 않으면 장기 사건으로 분류되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최소한의 통제조차 벗어난 모습이다. 어렵사리 고소 사건이 접수되어도 첫 조사까지 하세월인 사건도 적지 않으며, ‘미종결 장기사건’이 통계상 폭증하고 있음에도 마땅한 브레이크가 없다.
사건이 장기화되면 수사 담당자가 여러 번 교체되고 책임감이 희석된다. 매일 새로운 사건은 쏟아져 들어오기 때문에 기존 사건을 해결할 물리적 한계를 넘는 것이다. 검찰이 경찰에 보완수사요구를 하면 기존에 부여되었던 검찰 사건번호는 증발하고, 경찰 보완수사 이후 다시 기록이 검찰로 오면 그때 새로운 검찰 사건번호가 부여되는 식으로 실무가 바뀌었기에, 사건 처리 기한이나 공소시효 관리도 대단히 취약해졌다.
이 현실은 대통령령인 수사준칙 제59조와 깊이 연결되어 있다. “검사는 사법경찰관으로부터 송치받은 사건에 대해 보완수사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직접 보완수사를 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법경찰관에게 보완수사를 요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 규정이다. 검사는 보완수사를 ‘요구’하고, 경찰은 이를 바탕으로 직접 ‘보완수사’를 하라는 뜻이다. 즉, 검사의 재량에 따라 직접 보완수사를 할 수도 있고,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도 있다.
사건의 핑퐁을 양산하는 구조로 인한 수사 지연의 피해를 고스란히 국민이 떠안게 되는 현 상황을 해결하고자 최근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수사준칙 개정을 통해 검찰의 직접 보완수사 확대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렇게 되면 수개월 동안 경찰과 검찰을 왔다 갔다 방황하는 핑퐁 사건들은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미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이 직접 수사에 대한 대부분의 책임을 던 지 1년이 넘었다는 것이다. ‘꼭 해야 했던 일’이 ‘안 해도 되는 일’로 바뀌었는데, 검찰이 팔 걷어붙이고 예전처럼 보완수사를 직접 하려고 할까. 게다가 수사권 조정 이후 검찰의 내부 조직과 배치가 주요 사건 조사 중심으로 달라지면서 일반 형사 사건에 투입할 수사 인력은 오히려 더 적어졌는데 말이다.
만약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를 전면 시행하기 어렵다면, 적어도 ‘경찰의 불송치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으로 인하여 검찰로 (강제)송치된 사건’만이라도 검찰이 직접 보완수사하길 제안한다. 이의신청된 사건을 경찰에 보완수사 요구하며 보내면, 사실상 애초의 ‘불송치’ 결정을 내린 그 수사관이 다시 해당 사건을 받기에 새로운 증거를 적극적으로 찾을 동력도, 불송치라는 결론이 달라질 가능성도 기대하기 어렵다. 용기를 내서 경찰 수사 결론에 이의를 제기했는데, 그 결론을 내린 경찰에 사건이 되돌아가는 것은 의미 없는 희망고문일 뿐이다.
국가가 형사사건의 사적 구제를 금지하고 수사기관과 법원을 통한 형사사법체계를 마련한 이유는 간단하다. 실체적 진실을 밝혀서 억울한 피해자가 없도록 하기 위함이다. 이의신청된 사건만이라도 검사의 직접 보완 수사를 통해 그 목적 달성에 기여할 수 있도록 제도를 세세히 정비하여야 할 것이다.
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