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서중 성공회대 미디어콘텐츠융합 자율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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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10일 출범할 새 정부의 미디어정책 기조가 자못 염려스럽다. 대통령 당선인의 후보 시절 미디어 관련 공약에 깊이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인수위 관계자는 현 정부의 미디어 정책이 공공성에 치우쳤기 때문에 앞으로는 산업적 측면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현실 인식이 잘못 되어도 한참 잘못 됐다. 이명박 정부가 ‘산업’을 강조하며 강행했던 2009년 미디어 관련법 개악 이후 방송 시장은 종편의 등장으로 극도로 혼탁해졌다. 새롭게 미디어 중심으로 부상하는 플랫폼에서 공공적 가치는 주변화됐다. 현 정부가 공공적 측면에서 이를 극복하는 방향으로 미디어 정책을 진행했다고 평가할 수 없다. 외려 현 정부는 산업적 정책을 강조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런데 산업적 측면을 더 강조하겠다니!
정부의 존재 이유는 시장의 영역에서 실패한 공적 가치의 구현에 있다. 최근 우리 사회는 파당적 왜곡 정보만이 난무하는 탈진실 사회에 이르렀다. 기존 언론과 더불어 새롭게 확장되는 플랫폼에서는 이런 허위·왜곡 정보에 기반을 둔 대립·갈등 구도가 더욱 심해졌다. 이것은 이명박·박근혜 정부가 산업적 측면을 강조하며 정파적 이해를 추구했던 행태의 결과이며, 이를 해결하려는 노력이 부족했던 현 정부의 부작위의 결과이기도 하다.
정부의 책임은 시민이 주권자로서 정확한 정보로 숙의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즉 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도록 해야 한다. 시장성만이 강조되는 미디어 현실 속에서 진정한 의미의 공론장을 되살려야 한다. 이것이 새 정부 미디어정책의 기조가 되어야 마땅하다. 정파성에 휘둘리지 않고 사실에 기초한 충분한 정보의 제공으로 시민들의 진실 접근성을 높이는 언론이 존재해야 하고, 정부는 이런 미디어가 생존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드는 정책 마련에 힘을 쏟아야 한다. 새로운 플랫폼에서도 최소한의 공적 가치가 구현될 수 있어야 한다. 명백한 허위·조작 정보, 혐오·차별 콘텐츠가 존립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 새 정부가 그런 미디어정책 기조를 가질 수 있을까?
산업적·상업적 성격이 강한 미디어 시장에서 공적 가치를 지킬 수 있는 자원은 공영 언론이다. 그래서 정부의 공영 언론 정책이 중요하다. 그런데 새 정부가 공영 언론의 공적가치 구현에 필요한 독립성과 경쟁력을 강화하기는커녕 공영 언론을 퇴보시키지 않을까 염려된다. 노무현 정부 시절 한나라당은 ‘공영방송 때문에 잃어버린 10년’을 입에 달고 살았고 이후 공영방송을 침탈하여 공영방송의 10년을 빼앗았다. 공영방송 중립성을 강조하는 윤석열 당선인의 태도에서 기시감을 느끼는 이유다. 민주당이 최근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개선하겠다고 공언했고, 윤석열 당선인 측도 공영방송의 중립성을 강조하고 독립성을 보장하겠다고 했으니 기시감이 기우이기를 바라본다. 새 정부 측이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보장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정책에 합의하느냐 여부는 새 정부의 미디어 정책이 공공성을 중시할지 아니면 정파성과 시장성만을 앞세울지를 엿볼 수 있는 시금석이다.
그렇다면 독립성 보장의 핵심이 무엇일까? 그것은 소위 정치후견주의를 탈피하는 일이다. 공영방송의 독립성과 관련한 제도적 제안은 많이 나와 있지만, 진정으로 독립성을 보장하느냐를 판단하는 기준은 정치권 개입 배제 여부에 있다. 정치권 배제의 가장 확실한 방안은 시민이 공영방송 경영진 선임권을 갖는 것이다. 공영방송의 주인은 시민이고 경영진 선임은 시민의 권리를 되찾는 길이다. 사실 이런 방식은 이미 다양한 공영언론에서 적용하고 있다. 단지 제도화가 되지 않아 불안하니 제도화를 요구하는 것이다. 정치권이 중립성·독립성을 가장하며 기득권을 유지하는 선택을 할지, 아니면 기득권을 내려놓고 공공성을 중시할지 두 눈 똑바로 뜨고 감시해야 한다. 그것이 시민의 권리이자 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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