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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5일부터 농업인들에게 공익직불금이 지급됨으로써 공익직불제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공익직불제란 농업인들이 환경보호, 생태보전, 공동체 활성화, 먹거리 안전 등 공익적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힘쓰는 대가로 직불금을 지불하는 제도이다.
과거의 쌀직불제는 쌀 생산을 장려해 쌀값을 하락시킬 수 있고, 쌀 생산을 많이 하는 대농에게 혜택이 집중된다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다. 반면에 공익직불제는 쌀직불제와 달리 논농업과 밭농업을 가리지 않는다. 일정 자격요건을 충족한 경작 면적 0.5㏊ 이하인 농가에는 120만원이 일률적으로 지불되고, 경작 면적이 0.5㏊를 초과하는 경우에는 농지의 여건과 면적에 따라 1㏊당 100만원에서부터 205만원까지 지불된다.
공익직불제를 통해 농업인이 얻게 되는 직접적 이익은 다음과 같다.
첫째, 경작 면적이 작을수록 면적당 높은 지불단가가 적용되므로 대농에게 집중되었던 혜택을 중소농도 나눠 가질 수 있게 됐다.
둘째, 쌀뿐만 아니라 다른 작물을 생산하는 농가도 수혜 대상이 됐으므로 세계무역기구의 지원금액 상한(AMS)을 초과하는 금액을 다양한 작물을 재배하는 다양한 농가가 지원받을 수 있게 됐다.
이런 장점은 공익직불제 첫 시행 결과에 명백히 드러난다. 먼저 소농이 받는 혜택이 증가했다. 작년에는 0.5㏊ 이하의 소농에게 모두 1300억원 정도의 쌀직불금이 지불됐으나 올해는 5000억원 넘게 지급된다. 다음으로 밭농업 혜택이 증가했다. 작년에는 밭농업에 모두 약 2000억원의 직불금이 지불됐으나 올해에는 약 6500억원이 지급된다. 마지막으로 소농과 밭농업의 혜택이 대폭 증가했는데도 불구하고 대농이나 논농업의 혜택이 감소하지 않았다. 총액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올해는 112만 농가와 농업인에게 약 2조3000억원이 지불되는데, 2005년부터 2019년까지 연평균 쌀직불제 지급 금액은 약 1조1400억원에 불과했다. 2000억원가량 지급되었던 밭직불금을 감안해도 1조원에 가까운 금액이 증가한 것이다.
그러나 공익직불제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농업인을 위한 선심성 정책이 아니다. 가계소비에서 차지하는 농산물 비중이 감소하고 농업·농촌의 공익적 가치를 누리려는 국민의 욕구가 증가하는 와중에서는, 정책의 중심을 농산물 생산 지원에서 농업·농촌의 공익적 기능 지원으로 옮기지 않는 한, 농가의 소득과 농산물 가격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어려운 것은 물론 국민의 욕구도 충족시킬 수 없다는 농업계의 오랜 고민이 정책으로 나타난 것이 공익직불제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공익직불제는 농업인의 노력 없이 유지될 수 없다. 공익적 가치는 농산물의 가치처럼 드러나 보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농업인은 자신들이 창출하는 농업·농촌의 공익적 가치를 국민이 신뢰할 수 있도록 해야만 한다. 공익직불제의 준수 사항을 성실히 이행해야 하고, 농업·농촌의 공익적 가치와 관련된 정보를 거짓 없이 공개해야 한다. 국민들이 농업인이 창출한 공익적 가치를 믿어야만 공익직불제를 위한 세금을 기꺼이 지불할 것이고, 충분한 세금이 공익직불제를 뒷받침해야만 우리 농업·농촌도 활기를 띠게 될 것이다.
이태호 | 서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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