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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7일 교육부는 고교학점제 종합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고교학점제는 대학생처럼 고등학생도 진로·적성에 따라 과목을 선택하고, 고교 수업량 기준을 단위에서 학점으로 전환하며, 이수 기준에 도달한 과목에 대해 학점을 취득해 졸업하는 제도이다. 교육부는 2025년부터 모든 고교에 이를 본격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성공적인 고교학점제 전면 도입을 위해서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우선, 고교 교육-대학 입시-대학체제를 패키지형으로 개혁할 수 있는 종합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교육부는 고교학점제 등 새로운 교육제도를 반영한 미래형 수능 및 대입 방향(2028학년도 대입)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학생의 학력 중심에서 역량과 성장 중심의 교육과정을 어떻게 구성하느냐가 관건이고, 미래형 대입제도는 성적 경쟁 문화에 익숙한 학생과 학부모들의 불안을 어떻게 해소하고 설득해 나갈 것인지가 쟁점이 될 것이다. 고교학점제 도입으로 기초 소양 관련 공통과목과 선택과목(일반·융합·진로), 전문교과로 과목 구조가 개편되고 학생들의 수업 선택이 확대된다면 수능의 전면적 재개편이 불가피하다. 아울러 대학 서열구조하에서 대입 경쟁으로 학교 교육을 몰아가는 현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대학의 상향평준화를 위한 대학체제 개편이 동시에 추진되어야 한다.
둘째, 학생에게 교과 선택권이 주어진 만큼 지역 간, 학교 간, 개인 간 학력 및 역량 양극화 완화 방안을 전면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고교 교육과정의 편성·운영 과정에서 취약계층 자녀 및 취약 지역 학교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학교 간 연계한 캠퍼스형 고등학교, 고교-대학 간 공동 교육과정, 학습부진 학생을 위한 국가기초학력지원센터 설립 등의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 고교학점제를 기점으로 사회 각 주체가 협력·공존하며 집단지성과 집단지능, 집단경쟁력의 가치를 지향하는 공유성장형 교육 패러다임을 정착하는 방안 마련이 급선무이다.
마지막으로 교원 충원의 문제이다. 한국교육개발원이 2019년 발표한 ‘고교학점제 추진에 따른 필요 교원 수 추산 연구’에 따르면, 2040년에는 10만1325명의 필요 교원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고교학점제 적용 전인 8만365명보다 2만960명 늘어난 수치다. 하지만 학령인구 감소에 따른 교원 감축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입장도 있어 정책 추진의 충돌 지점도 있다. 고교학점제 도입, 디지털 교육 환경 변화 등으로 수업학급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교사의 다교과·다과목 지도, 디지털 학습 확대 등을 고려하면 우수 교원 확대가 절실하다. 교사의 역할도 학생들의 학습을 설계·지원하고 학생 간 협력을 촉진하는 퍼실리테이터 역할로 변모해야 하기 때문에 단순 교사 1인당 학생 수를 바탕으로 교원 수를 정하는 방식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원격수업과 대면수업을 병행하는 블렌디드 러닝(blended learning)은 지속될 것이고, 특히 고교학점제가 전면 실시될 경우 원격수업을 함께 운영해야 한다. 그에 맞게 교수학습법과 평가, 인력, 학급 규모나 운영 방식이 모두 바뀌어야 한다. 고교학점제가 미래 교육의 출발점임을 인정한다면, 정부는 철저한 준비와 과감한 재정 지원에 총력을 다해야 할 것이다.
반상진 | 한국교육개발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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