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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찰청 범죄분석 통계에 따르면, 전체 소년범 중 형사사건으로 기소하는 인원은 10.8%에 불과하다. 반면 전체 소년범의 88.3%가 불기소(51.6%) 또는 소년보호사건으로 송치(36.7%)된다. 만약 언론에 보도되는 10대들의 강력범죄를 엄벌하기 위해 소년법을 폐지한다면, 형사사건 기소 인원은 급격히 증가하게 되고 이를 수용하기 위해 광역권마다 소년교도소를 신설해야 할 것이다. 또한 비행 초기 단계 위기청소년에 대한 낙인은 소년범죄의 재범률을 높이고 교정시설 유지를 위한 사회적 비용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다.
최근 내가 근무하는 소년원에 7호 처분(6개월 의료처우)을 받은 촉법소년이 입원했다. 소년은 버스정류장 앞 노상에서 체크카드를 습득하여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을 사 먹었다. 검찰 조사를 받고 가정법원 소년부로 송치된 소년에게 판사는 1·5호 처분을 결정했다. 1호는 보호자 위탁, 5호는 장기 보호관찰 처분이다. 소년은 보호관찰 기간 중 가출과 귀가를 반복하여 다시 법정에 섰고, 결국 소년원 처분을 받았다. 소년의 아버지는 알코올 중독으로 정신병원에 입원 중이고, 어머니는 소년이 젖먹이 아기였을 때 집을 나갔다. 할머니가 청소와 일용 노동을 하며 홀로 소년을 양육해 왔다. 소년은 앞으로 6개월 동안 자유를 박탈당한 채 수용생활을 하며 치료와 교육을 받을 것이다.
소년의 비행이 사회에 끼친 영향은 아이스크림 한 개 값에 불과하지만, 판사는 소년원 처분을 했다. 소년법의 목적은 범죄에 대한 응보가 아니라, 소년의 환경 조정과 품행 교정을 위한 보호처분을 통해 소년의 건전한 성장을 돕는 것이기 때문이다.
전체 소년범은 2013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지만, 언론은 소년범죄의 약 0.1%에 불과한 촉법소년의 흉포한 범죄만을 자극적으로 보도한다. 이러한 언론의 편파적인 보도는 여론의 착시효과를 불러일으켜 ‘소년법 폐지’라는 논쟁을 되풀이하게 한다. 그 결과, 재범률을 낮추기 위한 보호처분의 집행 과정, 즉 소년원생의 재사회화를 위한 인권적 처우 및 교육의 내실화 같은 본질적인 문제는 여론의 관심에서 소외된다.
내가 담임을 맡고 있는 7호 의료처우 학생들은 10명인데, 그중 5명이 보육원에서 생활하다 경미한 비행을 저지른 고아들이고, 4명은 초등학생이다. 나머지 학생들도 한부모가정이나 조손가정 출신이며, 가정폭력과 학대의 피해자들도 있다. 의료처우 학생 대다수가 분노조절장애, 우울증,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품행장애 등으로 정신과 약을 복용한다. 정서적으로 안정된 환경에서 생활해야 할 아이들이지만, 3~4명이 2평 남짓한 좁은 방에서 다투고 부대끼며 살아가고 있다.
가정과 사회의 무관심으로 정신적·신체적으로 피폐해진 아이들에게 창가로 햇살이 스며들고 침대와 책상이 있는 1인 1실의 인권친화적 공간을 제공하자. 아이들은 성찰을 하고 책을 읽을 것이다. 자신의 비행을 반성하고 피해자에게 사과의 편지를 쓸 것이며 자신의 꿈과 계획을 노트에 옮겨 적을 것이다. 소년법 폐지가 아니라, 소년원의 혁신을 청원하여 소년원 선진화에 예산과 인력을 투입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많은 비행청소년이 소년원 퇴원 후 사회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것임을 확신한다.
<최원훈 |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 대전소년원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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