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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시절이 끝나간다. 언제인가부터 벚꽃이 피면 마음이 무거워진다. ‘벚꽃 피는 순서로 대학이 문을 닫는다’는 잔인한 낭설 때문이다. 낭설대로라면 강원 산간지역 대학이 가장 오래 살아남아야 하는데, 어폐가 있는 줄 뻔히 알면서도 언론은 대학의 미래를 이야기할 때 벚꽃엔딩을 들먹인다. 대학이 문을 닫는다는 게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는 안중에 없고, 가벼운 언어유희만 난무한다.

필자가 지방소멸과 지방대학의 상관관계를 처음 언급한 것은 2020년 9월, 경제·인문사회연구회 균형발전연구단 포럼 발제에서였다. ‘지방대학의 붕괴가 지방소멸을 가속화하고, 지방의 위기는 국가 위기를 초래할 것이다. 지방대학의 문제는 개별 대학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의 문제이고, 지역산업의 문제이며, 국가 균형발전의 문제이니 교육부가 범국가적 차원에서 타 부처와 협의체를 구성해 공동 해결해야 한다. 교육부는 대학을 규제와 통제의 대상으로 보는 기조를 전환해 육성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 발표의 요지였다. 지방대학과 지방소멸 그리고 지방의 위기를 따로 놓고 보는 정책에 경종을 울리고, 의자놀이식 평가가 초래할 비극을 알려야 했다.

2019년 기준 우리나라 시·군·구의 40%인 93개가 소멸 위험지역이었는데, 소멸 고위험지역 중 4년제 대학이 소재한 지역은 없었으며, 대학이 폐교된 지역의 경우 경제 사회 전반적으로 치명타를 받았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사이 수도권 인구집중 현상이 심화돼 2021년에는 소멸 위험지역이 108개로 늘었고, 이 중 92.6%가 비수도권이었다.

우려는 현실화되었고, 급기야 위기 해결에 나섰어야 할 교육부 자체가 위기에 처했다. 교육부가 교육의 자율성을 침해하고 통제를 일삼았으니 역할을 축소해 관련 부처로 분산하겠다는 의견이 인수위원회에서 무게 있게 제시된 것이다. 그러나 고등교육을 교육부에서 분리하자는 인수위 일부의 의견에는 결코 동의할 수 없다. 더 위험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문제가 있으면 해결하는 방향으로 정책의 기조를 전환해야지 부처를 바꾼다고 문제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대학의 기능을 크게 교육과 연구로 나눈다고 해보자. 교육은 국가교육위원회, 연구 분야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맡는다는 단순한 도식이 가능하다. 그런데 교육과 연구는 분리가 가능한가? 교육을 위한 연구, 연구를 위한 교육은 어떻게 되는가? 과학기술 분야라 할 수 없는 순수 인문사회계열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대학이 산학협력을 통해 지역 산업 발전을 견인해왔는데 이제 과학기술 성과 산출이 어려운 분야의 산학협력은 가치가 없어지는 것인가. 과학기술과 산학협력이 관련이 있다면, 교육과 산학협력은 관련이 없는 것인가. 산업과 인재 양성은 과연 별개의 개념인가.

무엇보다 이제 지방대학의 미래는 어떻게 되는 것인가, 하는 가슴 아픈 질문이 남는다. 지방대학 대부분이 지역 유망산업을 특성화 분야로 집중 육성하고 맞춤형 인재를 양성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지역 산업에서 차지하는 대학의 비중은 수도권과 먼 지방일수록 커진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수도권과 점점 멀어질수록 대학은 어려움을 겪는다.

현재 대한민국 지방대학이 겪고 있는 위기는 지방대학의 잘못이 아니다. 인구절벽과 수도권 집중이 빚어낸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사망자가 출생자보다 많은 인구자연감소가 27개월째 지속되고 있고, 2020년 기준 우리나라 인구의 50.2%가 수도권에 거주한다. 코로나 이후 2020년 3~4월 수도권으로 순유입된 인구는 2만7500명으로, 1년 전 같은 기간(1만2800명)보다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국가 인구정책과 균형발전정책이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는 것을 지방대학은 속절없이 지켜보아야 했다.

코로나19는 인류의 미래 변화를 앞당기고 있다. 디지털 전환이 사회 전반에 걸쳐 급속도로 이뤄지고 있고,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게 교육의 전환도 미룰 수 없는 과제로 부상했다. 초·중·고·대학까지 연계형 교육이 이뤄져야 하며, 대학은 산학협력 고도화를 통해 1, 2, 3차 산업 중심의 지역 산업에 디지털 전환을 접목시켜 체질을 강화해야 하는 새로운 사명까지 수행해야 한다.

대학마다 존재의 이유가 있고 중소도시일수록 대학의 존재감은 크다. 지방대학이 위기를 맞으면 지방이, 지방이 위기를 맞으면 국가 전체가 위기의 도미노에 휩쓸린다. 교육부의 역할과 책임이 더 강화되어야 할 이유다.

 

 

최일 동신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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