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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은 헌법 제32조 제1항의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최저임금제를 실시하여야 한다”는 규정에 따라 결정하고 있다. 그러나 해마다 최저임금을 둘러싼 논란이 중요한 국정과제를 덮을 정도로 파급력이 큰 것은 경제성장, 서민경제, 고용 등에 미치는 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이 시장경제 시스템에서 자연적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개입해 결정하므로 최저임금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는 정치권, 정부, 사업자단체, 노동조합은 물론 예비 노동자까지 관심을 가지고 그 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려 하고 있다.
그런데 최저임금법 제4조는 최저임금은 “근로자의 생계비, 유사 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및 소득분배율 등을 고려하여 정한다”고 명확히 규정하고 있으므로 최저임금 결정 요소에 대한 수치에 입각해 합리적으로 결정해야 정치권이나 노동계, 경영계의 과도한 영향력을 막을 수 있고, 그 결정에 따른 비난이나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근로자의 생계비 등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영향을 많이 받을 것이고, 유사 근로자의 임금은 국세청 일용직 근로자의 임금자료를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또한 노동생산성과 소득분배율은 한국생산성본부와 노동연구원에서 발표한 자료가 있다.
노동생산성은 노동의 능률을 말하는 것으로 투입한 노동량과 얻어진 생산량의 비율로 구한다. 노동생산성에 가장 효율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은 과학기술의 발전과 이를 생산과정에 접목하는 것이며, 자본의 기술적 구성 등 생산수단의 규모가 클수록 규모의 경제에 의해 생산성이 증가한다. 이렇게 증가한 생산성은 노동과 자본으로 분배된다. 노동분배율은 창출된 잉여의 노동으로의 분배율을 의미한다. 따라서 최저임금을 정할 때 노동생산성 증가율과 노동분배율을 곱하면 노동자에게 돌아가야 할 몫이 나온다.
이를 활용하면 노동생산성 증가율과 노동분배율을 곱하여 나온 비율이 최저임금 상승률 상수가 되어야 한다. 여기에 토마 피케티가 <21세기 자본>에서 양극화의 원인으로 지적한 노동소득분배율이 자본소득분배율에 미치지 못한 점을 고려해 양극화 조정변수를 넣으면 바로 최저임금 상승률을 결정할 수 있다. 양극화 조정변수는 일정한 밴드 내에서 노동소득분배율이 떨어지거나 지니계수가 올라가면 조정변수를 올리고 그 반대의 경우에는 내리는 방식으로 양극화를 조정할 수 있다. 양극화 조정변수를 정치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과거 통계를 살펴보면 2018년 최저임금 증가율 16.38%는 예외적으로 큰 변수여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하지 않아 제외할 경우 지난 10년 최저임금 평균 증가율은 7.65%이고, 2011~2019년 9년간 노동생산성 평균 증가율은 106.18%였다. 최저임금이 노동생산성보다 1.47% 높게 결정된 것인데, 이것이 바로 양극화를 조정하기 위한 인위적인 증가폭이라 할 수 있다.
최근 3년간 노동생산성과 노동분배율의 평균을 최저임금 계산에 적용한다면 2017~2019년 제조업 노동생산성 평균 증가율은 109.13%이고, 노동연구원이 발표한 이 기간 노동분배율 평균은 64%이므로 이론상 최저임금 상승률은 5.84%(9.13%×0.64)가 된다. 따라서 최저임금 증가율(7.65%)에서 최저임금 상승률(5.84%)을 빼면 1.81%가 된다. 이 수치는 9년간의 경험치 1.47%와 비교해봐도 별 차이가 없으므로 이를 고려해 양극화 조정변수는 1~3% 사이에서 결정하면 된다.
또한 최저임금법 제4조 후단에 최저임금을 정할 때 “이 경우 사업의 종류별로 구분하여 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구분 가능한 대분류 또는 중분류 중에서 선택해 각 산업의 노동생산성과 노동분배율을 구한 뒤 이를 상수로 두고 양극화 조정변수만 더하면 자연스럽게 사업자들이 원하는 종류별 최저임금을 정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서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것은 최대증가 업종과 최저증가 업종 간의 차이가 2% 이상 벌어지지 않게 하는 것이다.
김택수 | 회계법인 새시대 대표이사 공인회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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