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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코로나19 인식조사에 이어 올 1월부터는 코로나19 백신인식을 조사하고 있다. 보건학 문헌은 백신 수용도를 중요하게 다루는데, 특히 백신 안전성 인식을 강조한다. 안전하다는 믿음이 없는데 자발적으로 주사 맞겠다는 사람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 백신 안전성 인식은 보건당국의 백신 조처에 대한 신뢰와 과학소통의 수준을 가늠하는 지표로서도 중요하다.
이번 5월 전국의 성인 1057명을 대상으로 국내에서 접종되는 백신 품목별 안전성 인식을 조사했다. 어느 것이든 백신이 안전하다는 인식이 높을수록 접종 의향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미쳤는데, 기존 문헌과 일관된 결과였기에 놀랍지 않았다. 심각성을 느낀 것은 응답자 열 중 일곱(70.5%)은 화이자 백신을 안전하다고 본 것에 비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안전하다는 응답은 세 명 수준 (30.4%)에 불과한 대목이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를 생각하며 떠오른 시사점을 정리해본다. 우선은 국민의 ‘백신 안전성 인식’을 충분히 이해하고 신중하게 다루는 보건당국의 소통이 필요하다. 의약품에 관한 기술적 기준을 통과했다는 사실은 개인이 인지하는 백신 안전성의 한 부분일 뿐이다. 특히, 접종률이 높지 않아 접종 이득이 크게 체감되지 않는 초기 상황에서는 접종이 자발적이지 않고, 문제 발생을 내 선에서 통제할 수 없고, 그런데 발생가능한 문제가 치명적일 수 있다고 여겨지면, 무엇보다 문제 대응을 신뢰할 수 없다고 느끼면 안전성 이슈는 실제보다 매우 크게 인식된다. 그러므로 접종에 ‘탑승 효과(bandwagon effect)’ 곧 너도나도 접종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기 전에는 집단면역 달성 같은 목표를 강조하기보다 국민의 안전성 인식과 객관적인 정보의 격차를 줄이고 정보와 대응 신뢰를 높이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소통하는 것이 필요하다.
전문가 역시 ‘내 견해 밝혔으니 알아서 이해하라’ 식 일방적인 전달은 지양해야 한다. 백신 정보는 많지만 대체로 어렵다. 이 점에서 지금 ‘보통’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은 권위주의적 고견 전달이 아니라 백신이 안전하다는 것은 ‘무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얻게 될 이득이 잠재적 위험을 크게 앞선다는 것임을 차근히 설명하고 허위·왜곡 정보에 주의를 당부하면서 나의 합리적 판단을 돕고 이끄는, 믿음 가는 조력자 역할일 것이다.
무엇보다도 백신 보도의 개선이 절실하다. 지난 2월 조사에서 응답자들은 부정확한 내용 전달, 선정적인 제목이나 표현, 일방적인 비난이나 의문 제기를 코로나19 방역에 문제되는 보도의 주요 순위로 꼽았다. 언론의 코로나19 사안 왜곡·편파 보도가 팬데믹 울분 출처 2순위였던 것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백신 뉴스는 앞으로 팬데믹 대응의 매우 중요한 이슈로 살아있을 것이다. 국가적 관심 사안과 관련된 환경을 감지하고 주요 백신 대응 주체의 동향을 살피는 환경감시 기능을 수행하면서 언론은 △사실을 정확하게 또 그 중요성에 부합하는 크기로 보도하기 △발생 사실의 표면적 전달을 넘어 해당 사안의 맥락을 제시하기 같은 감염병 보도의 준칙에 충실해야 한다. △팬데믹 대응에서 백신접종이 차지하는 의미를 효능감과 신뢰 등 사회자본의 관점에서 다루는 등 사실보도를 넘어서는 기획력 역시 필요하다.
끝으로, 정치권은 백신 안전성을 다루면서 과학과 보건소통이 패싱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이번 조사에서 백신접종 결정에 누구의 말을 믿고 따르겠는가의 질문에 ‘평소 지지하는 정당이나 정치인’은 8개 선택지 중 최하위였다. 정치적으로 지지하더라도 내 백신접종 여부는 보건당국, 전문가, 그리고 평소 다니는 의료기관의 말을 듣고 따르겠다는 것이다. 불확실성의 영역에서 비유와 이분법적 선명성을 추구하는 정치권의 언어는 유익하기보다 위험할 수 있다. 지금은 전문성이 있는 집단과 기관에 최대한 권한과 자원을 주는 것이 백신 안전성에 대한 원활한 사회적 소통에 도움이 된다는 공감대에 호응하는 것이 필요하다.
어언 16개월이 흘렀건만 여전히 사람들의 인식 속에서 코로나19 이전 일상은 절반의 회복도 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백신 접종은 감염병의 근절은 안 될지라도, 일상을 코로나와의 ‘전쟁터’가 아니라 ‘지피지기형 공존’으로 바꾸게 할 유력한 방법이다. 지난 시간 우리는 높은 불확실성 속에서도 실용주의적인 접근을 취하며 성과를 냈다. 백신 접종도 같은 맥락에서 접근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이미 문헌들은 과학적 다원론과 현대의 뉴스 환경에서 백신 과학 및 조처에 대한 신뢰는 전만큼 견고하지 못함을 지적한다. 전문가, 국민, 보건당국, 언론의 백신 안전성 이해 공유와 협력적 소통이 관건임을 예고하는 것이다. 따라서 백신 접종도 국민이 자신을 위해 (접종하지 않겠다는 결정이라도) 최대한 정보를 검토하고 심사숙고한 (informed) 결정을 내리도록 하는 것을 최고 목표로 삼는 것이 필요하다. 양질의 정보와 신뢰에 기반한 소통은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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