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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일상을 크게 흔들어 놓은 지 5개월이 지났다. 사상 초유의 전국 도서관 동시휴관 사태가 길어지면서, 재난의 시기 도서관이 무엇을 해야 하고, 할 수 있는지 고민이 많았다. 처음엔 휴관이 얼마나 길어질지, 어느 정도로 사태가 확산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었기에 비교적 단기간의 업무계획을 세우고 가능한 서비스를 진행하기 시작했다.
지하철역에 설치된 무인도서대출반납기와 각 도서관마다 보유하고 있는 전자도서관 이용 확대가 먼저 이루어졌다. 일부 도서관은 미리 예약을 받은 후 택배로 책을 보내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직원이 직접 예약도서를 배달하는 도서관도 있었다.
서초구립도서관들은 휴관 이후 약 한 달 뒤인 3월13일부터 하루 8시간 대출권수 제한 없는 예약도서대출서비스를 시작했다. 인터넷으로 예약된 도서를 찾은 후 문자를 보내면, 이용자가 방문해 책을 대출해 가는 형태이다. 예약도서 대출의 경우, 사서가 책을 일일이 찾아서 보관해 두었다가 빌려주기에 일반 대출보다 3배 정도 손이 더 간다. 이용자가 예약한 책을 자동차로 가져다주는 드라이브스루 서비스도 여건이 되는 도서관에서 실시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독서토론 모임과 문화프로그램, 온라인 도서 추천과 인문학 강좌도 시작했다.
코로나19가 조금 잦아드는 것처럼 보였던 5월4일부터는 서초구 7개 구립도서관이 모두 부분 개관해 야간까지 운영하고 있다. 감염을 방지하기 위해 도서관 열람석은 이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대신, 필요한 도서는 시민들이 직접 방문해 대출 또는 반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방문자에 대해서는 QR코드 기록과 발열체크를 하고, 감염을 방지하기 위한 비닐장갑을 나누어준다. 반납된 도서를 일일이 소독하고, 수시로 도서관 전체를 방역한다. 현재 서울시 도서관 절반 정도가 부분 개관 중이며, 일부 구는 W자 형태로 열람실도 개방하고 있다.
구립도서관 개관과 휴관 결정은 도서관이 아니라 구청에서 한다. 구청은 정부 방침에 따라 산하기관 휴관에 대한 결정을 내리고, 도서관은 구청의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다. 특히 이번과 같이 예측과 판단이 어려운 상황에서 도서관장의 결정권은 거의 없었다. 부끄럽지만 이것이 우리 공공도서관의 현주소이다.
바이러스로 인한 감염병 확산이라는 상황은 전쟁이나 9·11 테러 같은 사태와는 대응 양상이 사뭇 다르다. 도서관의 사회적 책무에도 불구하고 감염 확산 방지와 신속한 사태 종결을 위해 깊이 고민하고 조심스럽게 대처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가 예상되는 지금, 도서관도 접촉을 최소화하면서 서비스를 확대해 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한편 여러 서비스들이 도서관별로 다르고 산발적으로 진행돼 시민들에게 골고루 전달되지 못하는 측면은 아쉽다. 또 지자체별로 도서관 서비스 범위에 대해 상이한 입장을 보일 경우, 지자체 소속 도서관으로서 소신 있는 대응이 어렵기 때문에, 정부나 광역자치단체 차원에서 공공도서관 서비스에 대해 통일된 지침을 주고 시행하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신남희 | 서초구 반포도서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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